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조금은 때 이른 수박 한 통이 덩그러니 식탁 위에 놓여있었다. 사실 우리 집의 올해 첫 수박이었다. 마트에 가서 과일 코너를 둘러볼 때면 아이들을 셋이나 키우는 빠듯한 살림에 제철이 아닌 수박이나 참외 같은 과일을 사기에는 선 듯 손이 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철 이른 수박이 집에 있으니 그 출처가 궁금해서 집사람에게 물었다. 이 반가운 수박의 출처는 집사람의 작은 도움에 동네에 사는 지인이 보내왔다고 한다. 초록색 둥근 모양에 검은색 세로무늬를 하고 수박 특유의 포장인 노끈 망을 사방에 두른 모습이 반갑다. 수박의 포장방법은 내 어린 시절이나 하나도 다르지 않으니 저 포장방법의 생명력이 참으로 질기기도 하다.
수박 한 통, 솔 담배 한 보루
필자는 어린 시절 여름방학 때면 외가댁에 며칠씩 놀러 가곤 했는데, 그때 어머니께서 항상 준비해 주시는 선물이 수박 한 통과 외삼촌 피우시라고 담배 '솔' 한 보루였었다. 수박을 들고 버스를 타고 외가택에 가는 신나는 기억, 하지만 수박의 무게는 어린아이가 들고 가기에 조금 무겁고 조심성을 요구하는 품목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약 20분 정도 걸어가는 거리를 노끈으로 사방을 두른 손잡이도 노끈으로 된 수박을 들고 가면 외가댁에 도착할 쯤이면 손바닥에 빨갛게 노끈 모양의 자국이 생겼었다. 요즘은 수박 포장망에는 손잡이 부분이 손이 아프지 않도록 조금 두껍게 플라스틱 보호대를 부착하고 있다. 그러나 포장기술의 진화는 다른 상품들에 비해 상당히 더디다는 생각을 해본다.
괜찮은 동네, 오래도록 살고 싶다
21세기를 살면서 그래도 이웃 간에 작은 정성이 오가는 이 동네에 나는 오래도록 살고 싶다. 도심 아파트의 적당한 편리함과 적절한 익명성,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 지하철과 산과 개울이 갖춰진 이 동네, 서울살이 하면서 다양한 것들을 갖춘 이 동네에서 이웃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급할 때 도움 주고받을 수 있는 몇몇 이웃들과 오래도록 살고 싶다. 오늘 수박 한 통에 생각난, 이제는 90세를 앞두신 외삼촌께 내일은 안부 전화 한번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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