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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 가장, 나는 어제 천사가 되었다.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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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놈이 햄버거 쏜단다

어제 막내 놈이 햄버거를 주문해서 먹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 용돈으로 쏠 테니 아빠도 하나 고르시라고 한다. 그래도 아빠한테 사달라고 안 하고 자기 용돈으로 쏜다니 얼마나 대견한가. 필자는 저녁이라 그래도 밥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막내 놈의 호의를 마음만 받기로 하였다. 

 

가까운 햄버거 배달료 4,000 아껴보자

그런데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을 진행하던 막내 놈이 햄버거 가게는 집에서 가까운데 배달료가 4,000원이나 한다고 툴툴댄다. 그래서 내가 담배 피우러 나가면서 찾아다 준다고 하니 주문을 진행하고 20분 후에 찾아오시면 된다고 한다. 산책도 할 겸 담배도 여유 있게 필 겸 해서 저녁 봄 조금 선선한 기운을 이겨내려 잠바를 챙겨 입고 문밖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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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하나 주문하는데도 너무 복잡하다

00 햄버거 가게에  들어가니 다음날 사용할 식재료가 배달되어 오는 중이라 주인인 듯한 사내는 큰 박스를 옮겨대고, 주문을 받는 아르바이트 여학생은 주문전화를 받으며 분주하다. 그런데 주문받는 내용을 의도치 않게 엿듣게 되었는데 주문 요즘은 배달 주문 옵션사항이 너무 복잡한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저 아르바이트생 참 고생한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아르바이트생들 참 고생한다

필자는 막내 놈이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을 해놓은 터라 주문자 이름만 대니 금방 주문한 햄버거가 나와서 얼른 챙겨 들고 집으로 왔다. 필자가 가져온 햄버거를 살펴보던 막내 놈이 주문한 것 중 하나가 빠졌다고 한다. 그래서 전화해서 확인해 보라고 하려다가 그래도 어른인 필자가 전화하는데 나을 듯하여 영수증을 보고 전화를 하였다. 전화를 하니 이 세상이 요즘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강요하는 과도한 친절 요구에 부응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전화기 넘어 들려온다. 어쨌든 빠진 물품을 이야기하니 아르바이트생이 죄송하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을 빠진 물품 받으러 다시 가기는 그렇고 다음에 갈 때 오늘일 이야기 하면 콜라나 한잔 달라고 하며 고생한다는 위로의 말을 건네며 전화를 끊었다. 요즘 애들 정말 고생 많이 한다.

 

애들은 그렇다 해도 어른들이라도 관대하고 친절하자

막내 놈이 필자가 전화하고 끊는 말들을 듣고 아무런 소득 없이 크게 항의도 하지 않고 고생한다는 위로의 말까지 아르바이트생에게 전하는 모습을 보며 그럴 거면 뭐하러 전화를 했느냐고 한다. 그런데 저녁을 먹고 친구 만나고 돌아온 대학생 딸아이에게 오늘 일을 이야기했더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우리 딸아이가 하는 말 아빠는 오늘 천사였다고 한다. 막내 놈과 큰 딸아이의 반응이 세상을 경험한 것의 차이일 것이다. 필자도 젊은 시절 사소한 일들에 크게 컴플레인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관대함과 사람 간에 서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나 자신을 위해 좋은 행동인지 알기에 이렇게 하는 것이다. 젊은 친구들이 잘못된 주문이나 관행에 빡빡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 나이 때의 어쩌면 특권일 수 도 있다. 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좋은 일이 아니다. 성질내다가 뒷목 잡고 쓰러지져 세상 허망하게 떠나는 일 없도록 우리 어른들이 관대하고 여유롭고 친절해지자. 딸아이 말로 나는 오늘 '천사'가 되었으니 내일도 '천사'가 되는 아주 사소한 일상들을 즐기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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