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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년 넘었지. 입사해서 어리바리할 때, 다른 부서 A 부장님께서 한 턱 거하게 내시는 자리, 아들이 고대에 합격했다고 기분이 업되셨고 참석자들의 축하주로 시끌벅적하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익어갈 때, A 부장과 쌍벽을 이루던 B부장이 조용히 있던 C과장에게 큰소리로 묻는다.
"어이 C과장 자네 아들도 이번에 대학 들어갔지?" C과장이 대답을 안 하자 좀 더 큰소리로 채근한다. "어디 갔냐고?" 그러자 C과장 마지못해 작은 목소리로 "서울대요" 참석자들 다 함께 "뭐~ 서울대, 축하해 축하해, 근데 왜 말 안 했어, 축하해" 일 순간 분위기는 싸해지고 A 부장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B부장의 마지막 필살기와 C과장의 작은 한마디 대답 "과는 무슨 과 갔지?" "아 예, 그게 의예과요" 이후 분위기는 참 대단했다. 어렸을 때는 "느그 아버지 뭐하시니?"라는 말에 기죽고 기가 살고, 요즘은 "느그 애들 어느 대학 갔니?"라는 말에 기가 죽고, 기가 살고.
이러면 안 되지. "어려서나 그런 걸로 기가 죽고, 기가 살고 했지만 나이 들어 자식 키우면서 이런 일로 기가 죽고, 기가 살면 어쩌노?" 하며 마음 다잡지만 그래도 신경이 조금 쓰이는 걸 어쩌겠는가? 이 또한 인생인 것을 그래도, 그러나, 그래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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