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집 근처의 농협 하나로 마트에 들를 일이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쇼핑을 하기 전에 담배 한 대 피우고 들어가려고 사람들이 덜 오가는 장소를 찼았다. 주차장 한 모퉁이 완고한 콘크리트 바닥에 육중한 전봇대 하나 박혀있고 그 옆에 한 뼘이나 될법한 면적의 맨땅이 노출되어 있다.
이런 척박한 공간에 어디서 날아온 씨앗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모양으로 보니 전나무 묘목 같은데, 크기는 채 10센티미터 정도 되는 것 같다.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어차피 이놈 여기 있다가는 제명에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생명 구한다는 마음에 담뱃불을 끄고 주변을 둘러보니 버려진 종이컵이 하나 나뒹굴고 있다. 얼른 종이컵을 주워 들고 아기 전나무를 조심스레 뽑고 주변 흑을 종이컵에 담아 심고 집으로 가져왔다.
채 2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아기 새싹이 말라죽을까 봐 서둘러 베란다에서 화분하나를 꺼내 물을 흠뻑 주어 물이 삐기를 기다려 정성스레 심어주었다.
아직 어린놈이니 지지대를 세워 조심스레 묶어주었다. 어린놈 특별대우해 준다고 다른 놈들 옆으로 치우고 햇볕 가장 잘 드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의젖하게 자리 잡은 놈 바라보며, 이것도 새로운 인연인데 우리 집에서 잘 자라기를 기도한다. 며칠 지난 오늘도 혹시 요놈 목말라할까 봐 들여다보고 물을 살 짤 따라주며 좋은 말로 말을 붙이니 아직은 낯선 표정을 짓는 것 같다. 그래도 잘 자라서 몇 년 후, 작은 화분이 감당 안될 때쯤 되면 아파트 단지 적당한 곳 점찍어놨다가 오래도록 살도로 옮겨 심어 주마. 그리고 오래도록 나와 함께 한 세월을 누려 보자꾸나. 반갑고 고맙다 요놈아. 이렇게 또 하나의 인연을 맺고 가꿔가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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