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는 여의도 벚꽃에 대해 글을 적다가 여의도 벚꽃의 유래 '윤중로'가 일본어에서 나온 단어라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놀랐다. 여의도 윤중로는 대한민국의 상징 중의 하나인 국회 주변을 둘러싼 길로 서울 서강대교 남단에서 국회의사당 뒤편을 경유하여 여의 2교 북단까지 이어지는 1.7km의 길이다.
공식 명칭은 '여의서로'의 일부 구간이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언론에서는 아직도 '윤중로'라고 칭한다. 여의서로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10-5번지(마포대교 남단)에서 국회의사당을 거쳐 여의도동 28-3번지(서울교 북단)에 이르는 폭 20m, 길이 3,200m의 4차선 도로이다.
'윤중로' 어디서 유래됐는가?
서울시내에서 필자가 접하는 익숙한 도로명을 몇 개 나열해 보면 세종로, 율곡로, 을지로, 3.1로 등이다. 이런 도로명들은 조금만 생각하면 세종대왕, 율곡 이이, 을지문덕, 3.1 운동이 떠오르며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인물이나 사건 등을 따서 이름을 붙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윤중로도 당연히 우리나라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에서 따왔겠지 하고 어렴풋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윤중로는 그 어원이 '윤중제'라고 한다. 윤중제는 1968년에 여의도의 홍수 예방을 목적으로 밤섬을 폭파하여 나온 골재로 여의도 주위에 '윤중제'(輪中堤)라는 제방을 쌓았으며, 1972년 11월 26일 서울특별시 공고 제268호에 의해 제정된 41개 가로(街路) 이름으로 윤중제로 처음 이름 붙여졌다. 이후 그 제방을 따라 만든 길을 ‘윤중로’라고 부르고 있다.
'윤중제'는 무엇을 뜻하는가?
그렇다면 '윤중제'이란 무슨 뜻인가? 윤중제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한자어로는 輪中堤(바퀴 륜, 가운데 중, 제방제)이다. 그리고 그 뜻은 "수리구조물의 시공 장소를 둘러싸고 있는 하상에 임시로 축조한 제방"이라고 되어 있으며 일본어로는 'りんちゅうてい'라고 읽으며, 영어로는 (ring bund)라고 되어 있다.
뜻을 종합해 보면 둥그렇게 차바퀴 모양으로 강이나 해안에 물이 육지로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둑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자연적으로 생긴 제방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란 의미도 내포되어 있는 건축, 토목 용어다. 또한 영영사전으로 ring bund를 찾아보니 ring와 bund 각각의 단어로는 등록돼 있으나 'ring bund'로는 검색되지 않는다.
그리고 바이두에 간자체로 검색해도 검색량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일상적을 로 사용하는 용어는 아니듯 싶다. 마지막으로 일일사전을 찾아보면 "輪中集落を囲む堤防" 즉 윤중 취락을 에워싼 제방이라고 나오니 윤중로의 가장 정확한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일본어로 생각된다.
우리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건축, 토목 용어의 많은 부분이 일본어로 되어있어서 1968년 당시 여의도를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여의도 뒷 제방의 명칭이 '윤중제'가 되었고 그 명칭이 길로 확대되면서 '윤중로'가 된 것 같다는 추정을 해본다.
윤중로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윤중로'의 정식 명칭은 '여의서로'이다. 그러나 최근의 언론사 기사들을 인터넷에 검색해 봐도 일상적으로 '윤중로'라고 한다. 하나의 길 이름 가지고 너무 까탈스럽게 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도 다른 곳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국회의사당을 둘러싸고 있는 도로의 명칭을 아직도 일본어에 근거한 이름을 쓴다는 게 조금 아쉽다는 것이다.
국회에 근무하시는 국회의원 한 두 분 정도라고 '윤중로'의 유래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보시고 '윤중로' 이름 바꾸기 국민공모를 통해서라도 좋은 우리말 이름으로 바꾸는 일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대한민국 국회 뒷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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