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산책을 마치고 필동을 지나 충무로 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는 길이었다. 초록의 등산로를 벗어나 필동으로 접어드는 경계지점을 지나는데 갑자기 급작스럽게 새들이 싸우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본능적으로 새들이 싸우는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어린 참새가 이름 모를 커다란 새 두 마리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어미 참새는 작은 덩치에도 사력을 다해 어린 참새를 구해내려고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필자는 몸이 먼저 움직였다. 필자가 달려가니 공격을 하던 새들은 도망가고 어린 참새만이 이리저리 쪼인 행색을 하고 허둥지둥 도망을 간다.
어린 참새는 자기를 구해주려는 필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도망가는데 공격을 당한 상처 때문인지 금세 필자이 손에 잡히고 말았다.
필자의 손아귀에 잡힌 어린놈은 여전히 짹짹대며 저항을 해댔다. 요놈이 얼마나 놀랐는지 작은 생명의 요동치는 심장박동이 필자의 손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한 손으로 살포시 어린 참새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걱정 말라고 쓰다듬어 주지만 여전히 요놈은 필자를 믿지 못하고 필사의 저항을 하고 있었다. 잠시 요놈에게 안도감을 주려고 베치에 앉아 입으로 새소리를 흉내 내며 천천히 쓰다듬어 주니 어느 정도 안심을 하는 모습이었다.
어린놈의 저항이 가라앉을 때쯤 필자는 고민에 빠졌다. 이놈을 바로 여기에 두고 가면 다시 공격을 받아 생명을 담보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담은 며칠만이라도 보호를 해주다 기력을 회복하면 날려 보내주는 게 낳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손에 참새를 움켜쥐고 서둘러 지하철과 버스를 환승해 가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새집을 물색하다가 적당한 크기의 플라트틱 박스를 발견하고는 얼른 집어넣었다. 작은 접시 두 개를 찾아서 하나에는 물을 붓고 또 하나에는 아들놈 먹던 과자를 부셔서 넣어주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라고 유튜브에서 참새소리를 검색해서 틀어놓은 스마트폰을 새집 근처에 놓으니 요놈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필자와 어린 참새는 필자의 방에서 하룻밤을 지낸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다음날, 내심 저놈을 길들여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어느 정도 자란 야생동물은 길들이기가 쉽지도 않을뿐더러 자칫 동물학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념으로 사진을 한 장 찍어놓고 기력을 완연히 회복한 요놈을 놓아주기로 결심했다.
창문과 방충망을 열어젖히고 새장뚜껑을 여니 푸드덕푸드덕 하더니 순식간에 날아올라 창밖으로 날아갔다. 혹시 4층 높이 필자의 집이 높아 다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근처 나무숲으로 사뿐히 날아드는 뒷모습을 보고 안도하게 되었다.
또 이렇게 인연을 맺고 적당한 시기에 인연의 끈을 놓는다. 그래 오는 인연 마다하지 말고 가는 인연 잡지 않으며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도록 하자. 집착은 화에 근원이라는 옛말이 있으니 그저 견딜만한 수준의 인연을 맺고 끊으며 사는 것이 좋은 것이 게다. 이렇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50대 남자, 그래도 이번에도 한 생명 구했으니, 이 또한 좋은 복으로 돌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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