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와 함께 근무하는 한 선배는 마음이 참 선량하다. 아침에 출근할 때면 늘 편의점에 들러서 커피 한 잔과 도넛 하나를 더 사서 필자에게 준다. 본인 것만 사서와도 되는데 꼭 필자 것까지 사서 나눠준다. 편의점에서 파는 커피라 천 원 안팎의 가격이지만 횟수를 생각하면 그분에게는 적은 않은 지출이리라.
그러데 선배가 아침에 출근하면서 간혹 매일 주던 편의점 커피를 주지 않는 날이면, 이런 상황이 뭐 대단한 일이라고 필자의 머리에서는 '저 선배가 뭐 안 좋은 일이 있나? 나한테 서운한 일이라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은근히 신경이 쓰이게 된다.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봤던 동물실험 중에 강아지에게 밥을 줄 때 방울을 흔들고 주는 일을 반복하면, 나중에는 방울만 쳐도 강아지가 군침을 흘린다는 프로그램을 봤었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출근해서 커피를 사다 주는 선배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마음에는 커피 생각이 나니 말이다. '이런 젠장 내가 강아지처럼 길들여지는 거 아닌가?' 하는 한심한 생각도 든다.
이래서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플 때도 상대방이 익숙해지는 수준까지는 베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가 보다. 채근담에도 선행을 베풀더라도 상대방이 고마운 마음을 들게 하는 것보다 원한을 품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는 구절이 있다. 커피를 매일 주다가 바빠서 사 오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그 순간 그 선배는 필자의 마음에 나쁜 사람은 아니더라도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들거나 선배의 심기를 살피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니 말이다. 얻어먹을 때는 좋지만 가끔은 반대로 사야 하는 의무감도 생긴다. 사람의 관계란 이런 것이리라. 적어도 기브엔 테이크의 균형이 맞아야 인간관계는 오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특별히 원하지도 않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다가 내가 그 틀에 익숙해짐으로써 오히려 내가 부담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발생할 수 있다. 어찌 됐든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면, 상대방에게는 계약서 없는 권리가 발생되는 인간의 심리가 있는 법이니, 주변 사람들에게 나 자신의 일방적인 선의의 반복적인 행동이 상대방에게 원망의 씨앗을 뿌리는 게 아닌지 잘 살펴가며 살아가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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