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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 남자, 욕실 '턱걸이 금지' 경고문을 보면서...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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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필자의 집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몸을 닦고 있는데 욕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턱걸이 금지'라는 문구가 세면실과 샤워실을 가로지르는 칸막이 틀 위에 적혀있다. 세상에 이런 경고문이 욕실에 부착되어 있는 집이 또 있을까 싶다.

 

아파트 욕실의 칸막이 앵글에 '턱걸이 금지'라는 문구가 신기하게 적혀있다.
턱걸이 금지

 

아들 두 놈 키우는 집안은 정말 다이내믹하다. 이 경고 문구를 달아놓은 것은 필자다. 어느 날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큰 아들놈이 욕실 부스 문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간신히 유리문을 버틸 정도의 내구성을 갖도록 설계되어 있을 알루미늄 재질 비슷한 문틀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혹여 문틀이 주저앉으며 욕실 칸막이 유리라도 깨지는 날이면,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기에 필자가 서둘러 경고문을 붙여 놓은 것이다. 이것을 붙여놓은지 2 ~3년 지났으니 이 경고문이 효과를 발휘해서인지 별일 없이 세월이 흘러 이제 아들놈들이 저런데 매달리지 않을 만큼 쑥 커버렸다.

 

 

오늘, 이제는 이 경고 문구를 떼어내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아이들이 커가는 추억의 흔적을 남겨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대로 남겨 두기로 했다. 만약에 필자가 이사 가지 않고 앞으로 10년 정도 지난 후에, 떠듬떠듬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손자나 손녀가 생긴다면, 그 아이가 호기심에 저게 뭐냐고 묻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뭐 대단한 무용담 이야기하듯이, 그 아이의 아빠이거나 삼촌이 어려서 했던 추억의 행동들을 박장대소해 가며 전해주는 날이 반드시 오기를 기대한다. 집안 곳곳에 묻어있는 아이들이 커가는 흔적 하나하나에도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고 기록해 가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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