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이다. 나이가 들면서 주말에 근무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사실 마음이 편하다. 사회 초년병 시절에는 야근을 하거나 주말근무를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게 당연했었다. 주어진 시간에 익숙하지 않은 일을 다 마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업무를 마치려면 물리적으로 연장된 시간이 필요한데 자기 능력 부족을 인정하기 어려운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일이 익숙해지고 효과적을 일하는 스킬이 생기면 업무시간에 여유가 생긴다. 그러다가 실무적인 일보다는 결정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오르게 되면 검토하고 예측하는 등 육체적으로는 힘이 덜 들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보직에서 물러나 창가족이 되고 후배들 눈칫밥을 먹고사는 존재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후배들이 근무를 기피하는 야간이나 주말에 근무하는 것이 편해진다. 이런 시간대에 근무하는 주변을 둘러보면 역시나 나이 지긋한 같은 처지의 필자의 동기들이나 선배들이 주로 근무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지 않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이미 부담스러워진 존재들이라 가능하면 빨리 명퇴라도 시켜버리고 싶은 대상이 된 것이다. 만약 필자가 아직도 그럴듯한 보직을 맡고 있다면, 지금 필자의 위치에 있는 동료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을 터인데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내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일은 안 해도 되고 만약 필자가 피 흘리며 쓰러져야 하는 대상이 된다면 "나는 평생 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라는 푸념으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래도 조직에서 이렇게 주말이라도 필자 같은 고참들이 할 일이 있고, 그 일을 후배들이나 조직에 누가 되지 않도록 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사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LJ'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민국 50대 남자, 초등학교 교차로 앞 교통정리하는 학부모들을 바라보며... (0) | 2022.11.14 |
---|---|
대한민국 50대 남자, 욕실 '턱걸이 금지' 경고문을 보면서... (0) | 2022.11.13 |
대한민국 50대 남자, '빼빼로 데이'에 빼빼로 하나로 느끼는 행복감. (0) | 2022.11.11 |
대한민국 50대 남자, 자동차 내비게이션 업그레이드 하기. (0) | 2022.11.10 |
대한민국 50대 남자, 보름달이 뜨고 노을이 아름답네. (0) | 2022.11.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