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하니, 필자가 근무하는 울타리가 달라졌다. 지난여름 엄청난 기세로 울타리를 점령해 오를 때는 세상 모든 것들을 제압할 줄 알았던 칡넝쿨이었다. 거기다가 자주색 칡꽃을 피울 때는 그야말로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렇게 무성함의 극치에 이르자 이를 보다 못한 인간이 나섰다. 울타리의 기능은 외부인의 침입을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울타리를 칡이 뒤덮는다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개방형 울타리는 외부인이 접근하는 것도 미리 알아야 하기 때문에 울타리 너머 시야가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오만한 칡넝쿨이 인간이 그어놓은 이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다.

그러니 인간이 제지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칡넝쿨을 제압하는 인간의 잔꾀는 상당하다. 무리해서 무섭게 저항하는 칡넝쿨을 한 번에 힘들여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칡넝쿨이 울타리를 타고 오르는 지면과 가까운 지점을 공격해서 잘라버린다. 그러고 하루 정도 지나면, 그 기세 좋던 칡넝쿨은 금세 시들어버려 담장을 잡고 있는 힘이 약화된다. 이때 낫으로 칡넝쿨을 제거하면 작업이 훨씬 수월해진다. 시야가 확보되는 지점까지만 칡넝쿨을 제거하고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은 그대로 남겨두면 곧 닥칠 초겨울 서리와 추위가 뒤처리를 담당할 것이다. 이렇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또다시 칡넝쿨들은 반격을 시작할 것이고,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시작할 것이다. 울타리 위에서 시들어가는 칡넝쿨을 보며 또 한 해를 보내고 시작하는 세월의 흐름을 느끼며 사색해보는 계기로 삼는 대한민국 50대 남자의 인생 여정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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