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J

대한민국 50대 남자, 지인 부친상(父親喪) 혼자 문상 가서...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9. 18.

회사 온라인 게시판에 후배의 부친상 알림이 올라와 있다. 장례식장이 필자의 집 근처 대학병원이라서 퇴근 후에 조문을 갔다. 원래 회사 직원의 장례식 문상은 동료들과 같이 가기 마련인데, 이날은 토요일이라서 문상 일행이 메이드 되지 않았다.

장례식장 음식이 차려져있다. 소주도 한병 있고.
장례식장 상차림


그래도 다음날이 발인이니 장례식장에 가면 회사 동료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은행 자동화코너에 들러 조의금을 찾아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익숙한 조문 화환들이 즐비하게 조문객들을 맞이한다.

 

 

조문장소에 들러 이제는 익숙한 배향, 조문, 상주와의 맞절 그리고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여기까지는 평소 조문과 별다른 게 없었다. 그런데 조문을 마치고 장례식장 식당으로 들어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상주는 조문을 받고 여기저기 인사를 다니느라 바빠서 잠깐의 위로의 말을 전하고 붙잡아 둘 수가 없었다.

손 빠른 장례 도우미분들이 음식을 내오니 혼자서 어색하게 장례식 음식을 먹게 되었다. 주변은 사고사로 돌아가신 망자의 슬픔을 뒤로하고 왁자지껄한 대화들이 오간다. 대개 삼삼오오 지인들이 모여 앉아 한동안 못 본 안부 묻기와 몇 순배 돌고 난 술기운에 톤 높은 대화가 활기차다.

 

 

그런데 필자는 혼자다. 혼자서 밥을 먹으면 참 속도가 빠르다. 혹시나 아는 사람이 들어오나 밥숟가락을 들면서도 식당 입구를 힐끗힐끗 쳐다보게 된다. 20여분이 지나자 혼자서 더 이상 할 게 없다. 육개장에 밥을 말아서 먹은 것이 패착이었다.

 

 

그래도 문상 와서 한 시간은 있다가 가야 하겠다는 생각에 혼자 먹기에는 풍성하게 차려진 반찬들을 안주삼아 소주 한 병을 마시기 시작했다.

 

 

나름 주변의 눈치를 안 보는 척하지만 마음은 어색하다. 소주를 연거푸 석 잔 정도 마시니 살짝 취기가 오르며 행동이 편안하다. 문상 와서 혼술이라, 인간이라 이래서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러움을 가장하며 목표로 한 소주 한 병을 한 시간 정도에 맞춰 잘 마셨다. 이제는 조금 취기 오른 몸을 추스르고 벗어놓은 신발 잘 찾아 신고 장례식장을 나선다. 여전히 분주한 상주 찾아 인사하고 나오는 것도 부담스러워, 그렇게 문을 나선다.

 

 

난생처음 장례식장 혼자 문상 가서 혼술에 혼밥 먹고 상주 인사도 없이 집으로 돌아오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제는 오롯이 혼자 즐기고, 견디고, 감내하는 인생을 당연히 받아들이며 살 나이가 된 것 같다. 인생 별거 없다. 갈 때도 혼자 갈 수밖에 없는 인생 혼자일 때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아보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