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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아파트 정원에는 커다란 도토리나무가 몇 그루 있다. 요즘처럼 도토리가 여물어 떨어지는 계절이 오면 도토리나무 아래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들이 서성이신다. 한 손에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몇 개씩 떨어지는 도토리를 줍는 모습이 참으로 한가롭다.
도토리가 높은 나무에서 떨어지며 땅바닥에 헤딩을 하면 모자 벗어젖히는 놈도 있고, 어떤 놈은 온전히 모자를 쓰고 바닥에 나뒹군다. 모자를 벗은 놈들은 할머니들 수고를 조금은 덜어주는 착한 놈이고, 온전히 모자를 쓴 놈은 그 모양이 오롯이 부처님 모습으로 줍는 이로 하여금 불심을 일깨운다.
한알 두 알 많아야 한 번에 열 알이나 주우실까? 저걸 얼마나 주워서 껍질을 까고 말리고 갈아야 도토리묵 한 모가 될까? 그런데 우리 동네 할머니들은 열심히 도토리를 주우신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아파트 단지 한 귀퉁이에 도토리 말리는 풍경이 올해도 펼쳐질 것이다. 그때 가서 꽤나 많이 펼쳐진 도토리를 보면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실감 날것이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그렇게 우리를 키우셨다.
하루하루 보기에는 아주 작아 보이는 사랑 모아 모아, 그렇게 우리를 키워내셨다. 그림이라도 그리는 재주가 있다면 '도토리 줍는 노인' 같은 명작을 탄생시킬 수도 있겠지만, 가진 재주가 일천해, 이렇게 키보드로 우리네 어머니의 사랑 모으기를 몇 자 적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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