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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 남자, 살다 살다 길들여진 까마귀를 다 보네.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9. 3.

스마트폰에 찍어놓은 사진들을 검색하다가 까마귀 사진을 한 장 발견했다. 기억을 되짚어보니 지난여름 남산도서관에 갔을 때 찍어놓은 신기한 장면이었다. 사진 속 남자는 까마귀를 기르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조금은 무서운 까마귀가 마치 독수리 사냥을 하는 길들여진 독수리 마냥 사내의 손등 위에 기세등등하게 올라앉아있었다.

 

까마귀 주인의 손 위에 까마귀가 가만히 앉아 있다.까마귀가 주인의 손위에서 주인을 바라보고 있다.
까마귀 길들이기


까마귀 오(烏) 자, 오합지졸(烏合之卒)

신기한 마음에 까마귀 주인의 허락을 받고 사진을 몇 장 찍었었다. 사진을 찍고 까마귀를 어떻게 길들였냐고 물어보니, 까마귀 주인이 하는 말이 두어 달 전 남산 도서관에 들렀다가 도서관 정원에서 새끼 까마귀를 발견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집으로 데리고 가서 먹이를 주고 키웠는데 이렇게 자라서 날아다닌다고 했다.

 

 

 

 

생후 몇 개월도 안 됐는데 까마귀는 겉보기에는 다 자란 까마귀만큼 컸다. 까마귀를 손등에 올려서 휙 날려 보내면 주변을 몇 바퀴 멋지게 날다가 주인의 어깨로 돌아왔다. 그런데 까마귀 주인은 애완 까마귀를 이제는 자연으로 돌려보내려 적응훈련을 나왔다고 한다. 과연 인간에게 길들여진 저놈이 자연으로 돌아가서 잘 살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생전 처음 까마귀를 가까이에서 보니 정말로 눈동자가 검은색이어서 눈동자가 빛나지만 않는다면 눈을 구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려서 한자 배울 때 까마귀 오자(烏)를 재밌게 배웠던 생각이 났다. 까마귀 오자는 까마귀 눈동자가 전부 검은색이어서 사람이 보기에 까마귀 눈은 잘 구분하기 어려워 鳥(새 조) 자에서 눈동자를 없앤 것이 까마귀 오자(烏)라고 말씀하셨던 선생님 말씀이 생각났다.

 

 

 

 

그리고 까마귀에 대한 사자성어 오합지졸(烏合之卒)도 연상이 된다. 오합지졸이란 까마귀는 우두머리가 없어서 질서가 없이 우왕좌왕하는 병졸을 일컫는다고 하는데 과연 정말로 까마귀들 사이에는 우두머리가 없는지는 모르겠다. 만약에 우두머리가 없다면 좋은 말로 민주화된 새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내년에는 나도 봄이 되면 남산도서관에 책 읽으러 자주 와서 운 좋게 까마귀 새끼 한 마리 발견하면 꼭 한번 키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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