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산책을 하는데 나팔꽃 한송이 나무를 기어오른 넝쿨에 피어있었다. 진보라색에서 선분홍색으로 그라디에이션 되어있는 색감이 아름답다. 우연히 저녁쯤에 같은 길을 가다가 보니 아침에 피었던 나팔꽃이 활짝 피었던 아침과는 전혀 다르게 꽃몽오리를 닫고 있다. 순간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보다...'
나팔꽃은 저녁에 지지 않는다.
그런데 필자가 살펴본 바로는 이 노랫말이 조금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팔꽃이 아침에 피는 것은 맞는데 저녁에 지는 것이 아니라 꽃봉오리를 오므렸다가 다음날이면 다시 꽃을 피우는 것이다.
아마도 일주일 정도 피었다 오므렸다를 반복하다가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7번 정도 꽃이 피었다가 오므렸다가 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피었다 오므렸다를 반복한다는 것은 아마도 나팔꽃에 태양빛이 바뀌는 상황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센서 기능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요즘 기능성 안경에도 햇빛이 있는 곳에서는 선글라스가 되고 실내로 들어오면 안경으로 변하는 것들이 있는데, 혹시 이런 안경을 발명한 사람이 나팔꽃에서 영감을 얻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글을 끄적이다 보니 갑자기 나팔꽃을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부르는지가 궁금해졌다. 우리나라는 나팔처럼 생겼으니 나팔꽃일 테고, 네이버 사전에서 한번 검색해 보니 영어로는 morning glory. 아 맞다 아는 단어였다.
역시 영어에서는 모양보다는 아침에 피는 습성에 방점을 두고 morning glory라는 이름을 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중국어로는 뭐라고 부를까? 喇叭花(나팔라, 나팔 팔, 꽃화)이다.
역시 중국사람들도 나팔 모양에 방점을 두고 나팔꽃의 이름을 지었다. 그런데 중국어의 나팔꽃 표준어는 牽牛花(끌 견, 소우, 꽃화)라고 한다. 소를 유혹하는 꽃인가? 아마도 소가 나팔꽃 잎이나 줄기를 먹이로 좋아해서 그렇게 지은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
우리나라에도 토끼풀이라는 식물이 있는데, 이 토끼풀(클로버)은 필자가 어린 시절 토끼를 키워봐서 아는데, 토끼들이 클로버를 먹이로 엄청 좋아한다.
산책길에 만난 나팔꽃 한송이를 주제로 몇 자 적다 보니 부수적으로 참 쓸모없는 잡지식이 또 한 움큼 늘었다. 대한민국 50대 남자 오늘도 또 이렇게 삶의 지혜가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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