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이 순조롭다.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해 가며 집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다 보니 주변을 둘러보게 됐다. 매일 오가는 지하철역 근처 상가건물 1층에 필자의 단골 안경점이 있는데 오픈 7주년 할인행사를 한다고 커다란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안 그래도 안경을 하나 새로 맞추려 했는데 잘됐다 싶었다. 안경점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판매원들이 활기찬 목소리로 어서 옵십쇼 한다. 기분이 좋다. 안경점으로 들어가 진열된 안경들을 둘러보는데 빨간색 안경테가 필자의 눈길을 끈다. 나이가 들면서 더 늦기 전에 빨간색 같은 원색의 안경을 한 번쯤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가격도 저렴해서 안경테 값이 9,500원이다. 안경테 값이 저렴하니 굳이 안경알을 비싼 걸로 할 이유도 없다. 시력을 측정하면서 안경사에게 가장 저렴한 알로 해달라고 말을 하니 단골이고 할인행사기간이니 좋은 안경알 포함해서 4만 원에 준다고 한다.
민완한 안경사는 안경을 조립하고 가공하는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안경점에서 제공하는 무료 아메리카노 드립 커피를 한잔하고 나니 벌써 빨간 안경이 완성되었다. 빨간 안경을 쓰고 거울을 들여다보니 반백의 필자 머리 색깔과 빨간색 안경이 그럴듯하게 어울리며 한층 젊어 보였다. 이러면 됐다.
단돈 4만 원으로 그동안 꿈꿔오던 버킷 리스트 하나를 클리어했으니 말이다. 빨간 안경을 쓰고 집에 들어가면 집사람과 아이들 반응이 어떨지 사뭇 기대된다. 이렇게 큰돈 안 들이고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보며 살아가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내년 이맘때쯤 안경점 개점 8주년에는 노란색 안경을 한번 맞춰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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