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산책을 하다가 주워온 나팔꽃 씨앗을 화장지로 물을 적셔 깔아놓은 접시에 올려놓고 싹틔우기를 시도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싹을 틔운 씨앗 몇 개를 화분에 옮겨 심고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 울타리 근처에 옮겨 놓았었다.
드디어 나팔꽃에서 새싹이 돋았다. 접시꽃 당신, 접시꽃 나팔꽃
실내에 있던 나팔꽃 새싹이 야외에서 잘 외풍을 견디며 적응하도록 화분을 커다란 통 안에 놓아두었다. 그렇게 심어놓은 나팔꽃이 새싹이 그럴듯하게 자라나서 넝쿨을 울타리에 걸치더니 이제 보라색 나팔꽃을 한송이 피웠다.
참으로 대견하다. 그리고 가슴 뭉클하다. 2023년 여름의 초입에 지천으로 널린 꽃들은 그저 그런 느낌이지만 두어 달 심고 들여다 보고 물 줘서 틔운 저 나팔꽃은 다르다.
세상에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건만 그래도 내 새끼들만이 우리 부부에게 특별한 이유도 우리가 낳고 키워낸 우리들만의 새끼이기 때문일 게다.
두어 달 키운 나팔꽃도 이럴진대 큰아이는 벌써 25년 세월이고 막내도 18년 세월이니 말해서 무엇하랴? 그리고 쉰 넘은 지 여러 해 지난 아들을 두신 내 부모님은 오죽하실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저렇게 별거 아닌 꽃을 피운 나팔꽃도 대견하다고 뭉클하면서, 두 발로 걷고 말도 알아듣고 가끔 대들기도 할 줄 알며 아주 가끔은 반쯤 강요된 요구에 '사랑해요 엄마 아빠'라고 표현할 줄도 아는 자식 놈들은 얼마나 우리 부부에게 큰 행복이고 기적인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집에 키우는 강아지가 '손'하면 앞발을 손에만 내놓을 줄 알아도 칭찬하고 난리인데, 자식 놈들은 영어도 읽을 줄 알고 피아노에 태권도 하물며 미적분도 적당히 풀 줄 아는데 왜 칭찬을 하지 않는가? 뻔히 아는 이치지만 이런 것도 아직 쉽게 해내지 못하는 대한민국 50대 남자, 오늘 나팔꽃 들여다보며 또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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