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아파트 정원에 많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그중에 요즘 꽃을 한창 피우고 있는 나무가 한그루 있는데, 나무 이름은 잘 모르겠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이팝나무' 같기는 한데 확신할 수는 없다. 오늘 담배를 피우러 가다가 보니 이 나무가 유독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신선한 공기가 감싸는 오월, 오전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고 산들바람 선선하게 불어오는데 아파트 운동기구 옆을 지키고 있는 이나무는 높이가 2미터가 안되어 보인다. 하지만 한껏 물이 오른 초록잎과 하얀색 다섯 개 꽃잎으로이루어진 모습은 정말 단아하고 잔잔한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꽃을 피운 나무가 땅에 쌍둥이를 그려 놓았네
필자가 오늘 이 이름 모를 나무를 보다가 느낀 점은 꽃이 나무에만 피는 것이 아니라 땅에도 피는구나 하는 색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나무에서 핀 꽃들이 나무 주변에 자연스럽게 사뿐히 떨어져 나무에 핀 꽃들과 비슷한 배열로 땅에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었다.
적당한 태양의 높이에 나무의 그림자가 땅에 나무의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떨어진 꽃들이 나무에 핀 꽃들을 호수에 비친 나무의 데칼코마니처럼 쌍둥이 모습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 아래 땅에 자라고 있는 잡초들이 사뭇 초록색 나뭇잎을 대신한 모습은 정말 색다른 모습이었다.
하늘에 달이 하나요, 호수에 달이 또하나요, 술잔에 또 달이 하나
옛 시인들이 달이 떠오른 호숫가에서 술을 마시며 풍류를 즐기며 읊었던 시에, 하늘에 달이 하나요, 호수에 비친 달이 또 하나요, 술잔에 비친 달이 또 하나다.라고 했던가.
오늘 필자는 5월의 맑은 오전에 꽃이 만개한 모습의 나무를 하나 보고, 땅 위에 그려진 또 하나의 꽃이 만개한 나무를 보았다. 능력만 된다면 정말 좋은 글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필자의 능력을 한탄할 뿐이다. 그러나 이런 광경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나 자신이 대견하다고 다독여주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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