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체 신청, 반려, 재신청 후기
한 달 전쯤,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들러서 '농업경영체'를 신청했었다.
농업경영체 신청하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신청을 하고 30일 지나면 결과가 나온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난주 예정보다 일찍 보완사항이 필요하다며 '농업경영체' 신청이 반려되었다는 등기가 날아왔다.
반려사유를 보니 경작지의 경계가 불명확해서 신청이 반려되었다며 지적사항을 시정하고 통보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필자의 농지는 주변 농경지가 모두 휴경지여서 필자의 토지와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 최소한 그물망 정도로 경작지의 경계를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금 억울한 면도 없지 않으나 국가행정에 도전하는 일은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물망을 설치하고 재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틀 휴가를 내고 경작지 근처 읍내 농자재가게에 들러 그물망 100 미터짜리 2개와 그물망 고정용 폴대 100개를 구입했다. 그물망은 높이는 1미터 20센티미터이고, 폴대는 1미터 50센티미터였다.
측량을 하지 않은 경작지라 주변 농지 주인과 발생할지 모를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 2미터 정도 필자의 경작지 안으로 그물망을 설치했다.
폴대를 2미터 간격으로 망치로 30센티미터 정도 때려 박고 그물망을 굴려가면서 어렵지 않게 설치를 했다. 설치하는 데 걸린 시간은 그물망 설치 주변 예초기 제초작업을 포함해서 하루가 꼬박 걸렸다.
그래도 '농업경영체' 재도전이라서 작업을 하기 전에 미리 농산물품질관리원의 현장조사를 요청해 놓아서 작업을 마무리할 때쯤 맞춰서 조사원이 필자의 농경지에 도착을 했다.
조사원의 행색은 등산복 차림에 차광모자를 쓰고 지적도와 gps 위치를 표시해 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태블릿을 들고 있었다. 조사방법은 태블릿을 들고 경작지 경계를 한 바퀴 돌면 조사원이 걸어간 궤적이 태블릿에 표시되어 지적도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물망 울타리와 경작물을 사진으로 찍어 증빙자료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굳이 조사원과 약속을 해서 현장확인할 필요는 없지만 조사원이 조사 나올 때 필자와 같이 현장에서 조사원을 만나면 이런저런 조언도 들을 수 있고 조금은 조사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찌 됐든 이렇게 작년부터 시작한 농업인 되기의 과정이 마무리되었다. 다음 주쯤에는 고시패스만큼 어려운 '농업경영체' 등록이 마무리됐다는 통보를 받게 될 것이다. 이제야 필자도 진정한 농부의 길로 들어섰다.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