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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해 다짐, 올해도 제대로 비벼 봅시다.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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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인식 출입장치

내가 출근하는 사무실은 나름 첨단이어서 지문 인식기를 이용한 출입 장치가 있네. 근무처를 바꿔서 첫 출근하는 날 선임자의 손에 이끌려 사내 보안팀에 가서 지문을 등록하니, 드디어 이 조직의 일원이 된 것 같은 생각을 했었다네. 얼마 동안은 지문 인식이 잘 돼서 사무실 출입에 큰 문제가 없었네. 하지만 근자 들어 사무실 출입을 하려면 몇 번씩 지문인식기에 검지 손가락을 문질러야 겨우 한번 인식을 하는 상황이 되었네.

 

 

수시로 비비고, 비빔 당하는 한 인간의 두 상황

지문인식기가 나를 거부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그동안 높은 양반들 눈치 보면서 파리처럼 열심히 아부를 떨면서 손을 비벼대서 그런 건가, 아니면 일을 열심히 손이 발이 되도록 일을 해서 손에 지문이 닳아서 그런 건가 모르겠네.

 

 

어쨌든 여전히 세상살이할 때는 비비며 살아야 하는 것 같네. 상점을 가보면 나를 제발 좀 사달라고 나한테 비벼대고, 길가의 간판들을 보면 제발 한번 우리 집에 들어와 달라고 비비고들 있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면 제발 나를 한번 읽어달라고 수시로 광고들이 나를 향해 비비고 있고, 유튜브 한번 보려면 득달같이 광고가 나에게 비벼대네.

 

 

내가 먹고살라고 높은 분들께 비빌 때는 완전한 을이지만, TV를 켜면 유명한 연예인들이 이 물건 한번 사달라고 엄청 비벼대는 것을 볼 때는 엄청난 갑의 위치에 서있는 것 같은 야릇한 기분을 느낀다네. 그러니 갑과 을로 수시로 바꿔가며 비벼대는 인생이 그리 큰 흠이 될 것 같지는 않다네.

 

 

이제 비빔 당하는 입장에 익숙해 지자

이제 나이 들면서 조직에서 비비는 일보다 비빔을 당하는 일이 종종 있으니, 이게 좋은 일인지 모르겠네. 어쨌든 아직도 나는 사람에게 비비는 것에는 익숙하나, 비빔을 당하는 입장에는 어색하니 아직 조직에서 아랫사람의 생활에 익숙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언제나 비빔을 당하는 것에 익숙해지려나 하는 약간의 기대를 하게 되는 것도 인지상정 아닐까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네.

 

 

오늘은 설 명절 치르느라 고생하신 마눌님에게 아양 떨며 잘 비벼서 설 차례상에 남은 나물 종류 가득 넣고 고추장 듬뿍, 참기름 몇 방울로 조미해서 깔끔한 맛난 비빔밥이나 얻어먹어야겠네. 올 한 해도 열심히 비비자. 그러면 나에게 복이 있을게다. 그리고 당당하게 비빔을 당하자. 이제 정년도 몇 년 안 남았으니 이 회사 떠나면, 나에게 비빌 놈도 거의 없을 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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