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막내아들의 안경을 새로 맞춰주기 위해 안경점으로 향했다. 필자는 먼저 지하 주차장에 가서 차를 끌고 나와 아파트 1층에 차를 잠시 대놓고,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차에 타니 아들놈이 뒷 자이에 앉아있다. 담배냄새가 나니 뒷자리에 앉았나 싶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왜 뒷자리에 앉았냐고 물어보니, 차 앞자리에 파리 한 마리가 날아다녀서 뒷자리에 앉았다고 한다. 그나마 아빠를 멀리하려 뒷자리에 앉지 않았다고 하니 다행이다.
여름철 차안에 들어온 파리
운전을 하시는 분들은 여름철이면 필자와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운전을 하는 중에 파리 한 마리가 왔다 갔다 날아다니면 은근히 신경이 거슬린다는 것을. 오늘 필자도 저놈을 잡을까, 아니면 문을 열고 쫓아낸 다음 운전을 할까 잠시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가 요즘 나이가 들면서 불교 관련 책을 읽는 중이니 살생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그래서 잠시 운전을 멈추고 창문을 열고 파리를 차 밖으로 내쫓아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파리라는 놈은 일단 차 안으로 들어오면 왜 이리도 밖으로 안 나가려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초심을 버리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몇 번의 손 허우적거림으로 밖으로 내쫓는 데 성공했다.
꼰대 아빠의 개똥철학 신공
파리를 죽이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내쫓은 뿌듯한 마음에 아들놈에게 꼰대 아빠의 개똥철학 풀어내기 신공을 잠시 펼쳤다. "아들아~ 차 안에 들어온 파리를 내쫓으며 아빠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니?" 그러자 당연히 아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예상은 했지만 꼰대 아빠는 말을 이어갔다. 꼰대 아빠의 말을 아들놈이 이해할지 모르지만, 필자가 아들놈에게 떠든 말은 이렇다.
필자는 최근 작은 골칫거리가 생겼는데, 그 골칫거리는 사소하다면 사소한 일이다. 그런데 그 파리만 한 일이 머릿속을 돌아다니다가, 어느 순간 매미만큼 커지더니 얼마 안 가 참새만 해졌다가 독수리만큼 커져서 필자를 잡아먹을 듯이 사납게 달려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이럴 때 빨리 쓸데없는 잡념의 증폭기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삶의 내공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오늘 차 안에 들어온 파리 한 마리도 앞서 말한 것과 같아서 운전 중에 파리 한 마리에 신경을 쓰다 보면 파리를 잡거나 내쫓기 위해서 애쓰다 보면, 정작 운전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 어떤 사소한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에 순간적으로 집착하지 말고 시간을 갖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여유 있게 해결하면 된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역시 차안에 들어온 파리 한 마리로 자식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려는 50대 가장의 꼰대 작렬 신공을 아들놈이 얼마나 접수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대꾸 안 하고 들어준 그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Tip : 차 안에 들어온 파리를 쉽게 쫓는 방법을 인터넷에 찾아보니 수긍이 가는 방법이 있어 옮겨 적어 본다.
여름철에 차 안으로 들어온 파리는 추위에 약한 곤충이기 때문에, 에어컨을 많이 틀어서 차 안의 온도를 가능한 한 낮추고 창문을 내리면 파리가 추위를 피해 밖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차량 온도가 낮아질 때까지 날아다니는 파리가 신경 쓰이긴 할 것 같다. 파리 신경 쓰다 자칫 사고 날 수 있으니 안전 운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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