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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 남자, 지렁이 한 마리 구해주면서 얄팍한 보답을 바라다니.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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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한대 피우며 소소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가 발아래를 바라보니 지렁이 한 마리가 시멘트로 포장된 출입문 앞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마도 며칠 전 지나간 태풍을 피해 땅 밖으로 나와서 길을 잃고 헤매다 여기까지 온 모양이다.
 

지렁이를 구해주려고 종이컵에 담은 모습이다.
지렁이 구하기


다행히도 영악스러운 개미들이 달려들지 않았다.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조금 징그럽지만 저놈을 살려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저놈을 살려주면 그래도 생명 하나를 구해준 것이니 아무래도 복이 돌아오겠지 하는 얄팍한 보상심리를 뿌리치기에는 아직도 덜 성숙된 한 인간이다.
 


손으로 직접 집어서 풀숲으로 옮겨줄 엄두는 나지 않아서 담배를 피우며 마시려고 가지고 온 종이컵 커피를 서둘러 마셨다.
종이컵으로 지렁이를 넣으려는데 지렁이는 본능적으로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다. 한 손으로 움직이는 지렁이가 움직이는 방향에 종이컵을 대고 다른 한 손으로 슬쩍 밀어 넣으니 지렁이가 종이컵 안으로 들어갔다.
 

 
종이컵에 들어간 지렁이는 아직도 필자의 선의를 눈치채지 못하고 온 힘을 다해 도망가려고 애를 쓴다. 있는 힘을 다해 온몸을 곧추세우고 종이컵을 벗어나려 애를 쓰고 있다. 저러다 기력을 다 소진하면 안 될 것 같아 서둘러 풀숲으로 달려가서 살포시 내려놓았다. 잡초로 우거진 널찍한 풀숲에 내려놓자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도망가기 여념이 없다. 꼭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려고 한 일은 아니지만 아직도 필자의 선행을 이해 못 하는 저놈이 조금은 야속하다.
 


그러나 그럴 일이 아니다. 애지중지 쭉쭉 빨아대며 키운 자식 놈들도 철들기 전까지는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다는 표현보다 불평으로 입을 쭉 내밀고 산 것이 바로 필자 자신이 했던 지난 모습이니 말이다. 지렁이 수명이 몇 년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저 지렁이가 오늘의 위기탈출을 교훈 삼아 인간이 만든 시멘트길로 다시는 나오지 말고 안락한 풀숲에서 자식 많이 낳고 천수를 누리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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