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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 남자, 앵두나무에 앵두 열렸네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6. 4.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다 보면 다양한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요즘 아파트들은 단지가 조성될 때부터 아파트 배치와 어울리는 정원 설계를 하기 때문에 단지 내 정원의 수준이 웬만한 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아파트 단지 앵두나무에 앵구 몇개가 달려 익기시작했다.
앵두나무

 

필자의 아파트 정원에도 소나무, 벚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나무들과 작은 연못에 분수까지 갖춰져 있으니, 요즘 같은 봄이면 해지고 난 후 천천히 아파트 정원을 산책하면, 안전함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더구나 요즘 같은 봄철 밤이 되면 개구리 우는 소리까지 정겹게 들여오니, 눈을 감고 있으면 도심 속에서 시골의 정취마저 느낄 수 있다.

 

 

벌써 앵두나무 앵두 익었네

필자는 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어 쉬는 날이면 한 시간에 한번 정도씩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래도 필자는 항상 긍정적으로 살려고 생각하기에 담배를 피우러 나가면 아파트 정원에 있는 꽃이나 나무를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오늘 멀리서 보면 초록색 잎으로 뒤덮인 아담한 나무인데,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앵두나무였다.

 

 

더구나 벌써 빨간 앵두 열매가 열려 있었는데, 초록색 잎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앵두 열매가 너무 적게 열려서 두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 멀리서 봤을 때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원래 앵두는 조금 과장을 한다면 나무가 새빨갛게 보일 정도로 많은 열매가 열리는 수종이다.

 

 

 

앵두술의 한 자락 추억

어려서 필자의 집 뒤란에도 앵두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높이가 2미터 정도의 나무로, 정말 나무가 온통 새빨갈 정도로 매년 많은 앵두를 우리 가족에게 선사하곤 했었다. 앵두 열매 양이 꽤나 많아서, 필자의 5남매가 실컷 따먹고도 남아서 어머니께서 하루 날 잡아 앵두를 모두 따서 술을 담그셨었다.

 

 

앵두는 큰 유리 항아리에 술을 담그면 선반 위에 올려진 빨간색 앵두들이 가득한 유리 항아리 모습 또한 이쁜 모습이었었다. 앵두술이 익으면 아버지께서 술을 반주로 한잔 두 잔 따라 드시다 보면 술을 따를 때 앵두가 딸려 나오는데 이 앵두를 장남 삼아 필자에게 주시고는 했었다. 앵두술이 다 떨어져 갈 때쯤이면 앵두술 항아리에 남은 술 빠진 앵두를 장남 삼아 애들에게 주셨는데, 아이들이 달달한 술 빠진 앵두를 자꾸 먹다 보면 술기운이 돌아 얼굴이 빨개지기도 하고, 곯아떨어지기도 하는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오늘 아파트 단지에 열린 앵두를 보며 어린 시절 앵두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되살아나, 지금도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께 안부전화 한번 더 드리며, 옛날 앵두술 이야기로 어머니와의 전화통화시간을 늘려봐야겠다. 엄마, 아빠 보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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