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최종만 지음)
눈을 감은 채
시(詩), 공간(空間)을 넘나드는
마음을 깨우는 시간
새벽 4시.
겨울에 눈 오는 소리도
창밖 바람 지나가는 소리도
가슴 깊이 스며드는
새벽 4시.
아침이 일찍 오는 여름도
저녁이 빨리 오는 겨울도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눈을 뜨는
새벽 4시.
오늘도 행복하고 싶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 건강했으면...
기지개를 켜고 밖으로 나간다.
커튼을 열어제치듯 어둠이 걷히고
밤이 낮에게 바톤을 넘겨주는
새벽 4시.
(인용, 시집 어디쯤 오니 14페이지)
최종만
1944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남.
서울에서 34년간 직장생활을 함.
2003년 정년퇴임 후 진부에서 귀촌 생활을 하고 있음.
대한민국 50대 남자의 시를 읽는 느낌
필자도 나이가 쉰 살을 넘기고 나니, 아침잠이 많이 없어져서 새벽에 자연스럽게 눈 뜨는 날이 많아졌다. 새벽에 눈을 뜨면 억지로 잠을 청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 담배를 한대 피우며, 고요한 새벽을 즐기곤 한다. 최종만 선생의 시 '새벽 4시'에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은 '아침이 일찍 오는 여름도, 저녁이 빨리 오는 겨울도'이다. 아침이 일찍 온다. 저녁이 빨리 온다. 정말 기가 막힌 표현이다. 지구가 공전하며 매일매일 밤과 낮의 길이가 서로 채워주고 비워주며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한다. 일기예보에서 해 뜨는 시간을 알려주긴 하지만, 매일매일 살아가면서 이런 것을 느낄 수 있는 청춘은 많지 않으리라. 아니다. 청춘이 이런 오묘한 것을 너무 서둘러 깨닫는다면, 그것은 청춘일 수 없다. 나이 들어가면서 누적된 삶의 햇수만큼 새벽에 일어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런 진리를 불현듯 깨닫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이 쉰을 넘으니 태어남이 멀어지고 떠날 날이 가까워지는 단선적 인생과 다르게 매년 줄었다 늘었다 다정하게 영원히 계속되는 밤과 낮의 길이를 부러워할 것인가? 아니면 끝이 있는 인생을 더 의미 있게 살 것인가? 그러나 결론은 끝이 나도록 정해져 있다. 끝이 있는 인생을 더 의미 있게 사는 것이 사람의 몫이고, 해와 달은 영원히 이들을 지켜봐주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다. 그리나 아주 아주 길게 본다면 해와 달도 끝이 있다는 것은 진리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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