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성북구에 지인들과의 모임이 있어 한성대역 근처 성북천 주변을 거닐 일이 있었다. 장마가 지나 날씨는 폭염주의보에 찌는 듯했다. 그래도 성북천을 바라보며 길가의 가로수를 그늘 삼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걸어보았다.
성북천 참 맑고 깨끗하다.
장마로 개울물이 늘었다가 적당한 양으로 줄어들었고, 개울물은 참 맑았다. 서울 시내에 이렇게 아름다운 개울이 있다는 것을 불과 20 ~ 3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 시절만 해도 서울을 비롯한 도시의 하천들은 정말 악취가 진동하는 오염된 곳이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자연생태계에 대한 복원에 많을 공을 들여 이렇듯 송사리가 모여들고, 오리들이 헤엄치는 아름다운 개울이 되었다. 이 모두가 우리 부모님 세대의 피나는 노력으로 일궈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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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테레비 안테나를 보다가
다리 위에서 개울물 속 송사리를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보니, 성북천 주변에 들어선 조금은 오래된 건물들 옥상에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테레비 안테나가 여러 개 달려 있다. 아마도 오래전에 설치해 사용하다가 방치하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안테나의 방향이 돌아가서 일정하지 않고 안테나 날개도 듬성듬성 부러져 있다. 그런 텔레비전 안테나를 보면서 어렸을 적 필자의 집에 처음 테레비를 사 오던 날이 생각났다. 목재로 만든 케이스에 브라운관 화면 앞에 미닫이 문이 양문형으로 되어있었으며, 채널을 돌리기 위해 가스레인지의 화력을 조절하는 것과 비슷하게 생긴 로터리 스위치가 있었다. 이 테레비를 안방에 설치하고, 기다란 철제 파이프 꼭대기에 안테나를 달아 텔레비전 신호가 잘 잡히는 방향으로 이리저리 돌리던 아버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른쪽으로, 아니 반대방향으로, 어 조그만 왼쪽으로 돌려봐요" 한 사람은 텔레비전 앞에서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서 밖에서 안테나를 돌리시는 아버지가 들리도록 목청껏 외쳤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딸랑 흑백 채널 두 개를 잡아서 보던 그 시절의 건장하시고 우람하시던 젊은 울아빠가 눈물 나도록 그리워진다. 아버지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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