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장마인가? 요란하게 소낙비가 내리는 토요일 저녁 아이들의 성화도 있고 해서, 교촌치킨 두 마리를 '요기요 어플'로 주문을 해놓고, 배달비 아끼려 누가 치킨 심부름을 갔다 올까 눈치를 보는 아이들을 대신해, 담배를 한대 피운다는 핑계로 필자가 우산을 들고 나섰다.
물웅덩이 물장난 재밌다.
우산을 들고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멈췄다. 아파트 단지 길 건너편에 있는 치킨집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상쾌하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나와서 비 온 날 물구덩이 찾아 밟고 다니던 개구쟁이 어린 시절 생각나, 조금 과격하게 물고인 곳을 찾아 시원하게 밟아본다.
교촌치킨집에 도착하니 벌써 주문해놓은 치킨이 나와있다. 전화번호 뒷자리 얘기하고 얼른 치킨을 받아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단지 중앙에 위치한 작은 연못의 야간 조명이 아름답다. 연못에 심어있는 이름 모르는 길가랗게 자란 화초에 비친 조명이 필자의 눈길을 끌어 사진 몇 장 박아본다.
아파트 연못과 정원을 전세내다.
비 오다 잠시 멈춘 막간이라 아파트 밖으로 나온 사람도 없어, 용감하게 연못을 바라보며 담배 한 대 입에 물고 도심 속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한다. 담배연기가 조명에 비쳐 안개처럼 신비롭게 보인다.
비 오는 줄 알고 나온 심부름 겸 바깥나들이에 운 좋게 아파트 연못과 주변 경관을 전세내 즐기고 부자가 된 마음에 집으로 돌아온다. 역시, 궂은일은 나서서 하면, 아주 가끔 행운이 온다는 것은 진리인 것 같다. 이제 나이도 먹어가니, 아주 가끔 뜨문뜨문 돌아오는 행운에 대해서도 망극하게 감사하며 살자. 대한민국 50대 남자 오늘도 이렇게 60대를 향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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