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앵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앵두를 보다가...
아파트 단지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은 참으로 번거로운 일이다. 사람들 이동이 많은 낮시간 때에는 단지의 가장 외곽지역에 흡연자들이 깡통을 가져다 재떨이로 사용하는 간이 흡연실로 향한다.
그러나 해가 지고 밤이 되어 주민들 이동이 줄어들면 아파트 단지 내 으슥한 곳에서 담배를 피우곤 한다. 그러나 이 또한 비흡연자들에게는 참으로 못마땅해 보일 것임을 알고 있다. 그래도 주민들 눈치를 보며 구석을 찾아드는 필자 같은 끽연자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음을 비흡연자들은 모를 것이다.
어제도 밤 11시쯤 되어서 담배를 한대 피우러 아파트 나서 엘리베이버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어두컴컴한 야간이라 멀리 떨어져 있는 흡연실 대신 재활용 수거장 뒤편 나무들이 제법 자라고 있는 으슥한 곳으로 숨어들었다.
닭이 물을 먹듯 담배 한 모금 빨고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느긋하게 뿜어내기를 몇 차례, 어둑하고 고요한 이 시간에 필자의 눈에 띄는 나무가 있으니 앵두나무였다.
6월 초순인데 벌써 새빨간 앵두가 가득 달려있었다. 필자의 어깨높이만큼 자란 앵두나무에 앵두가 참으로 많이도 달렸다. 멀리서 볼 때는 이렇게 많은 앵두가 열렸는지 몰랐지만 가까이에서 초록잎사귀를 들춰보니 그 양이 만만치 않았다.
장미과의 낙엽 활엽 관목. 높이는 3미터 정도이며, 잎은 어긋나고 표면에 잔털이 있는 도란형이다. 4월에 흰색 또는 연분홍색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열매는 핵과(核果)로 작고 둥글게 열린다. 열매는 식용하고 정원수로 기른다. 한국, 일본, 만주 등지에 분포한다. |
'앵두' 이름이 참으로 예쁘다. 앵두, 앵두, 앵두
이름이 하도 예뻐서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한자어인 것 같다. 樱桃(앵두나무 앵, 복숭아 도)에서 유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일본, 만주 등지에서 분포되어 있다고 하여 일본어로도 찾아보았다. ゆすらうめ [梅桃·山桜桃] (매화매, 복숭아 도 또는 메산, 앵두나무 앵, 복숭아 도)로 역시 일본어도 한자어에서 유래된 것 같다.
식물이 뭐 국적 따라가면서 자라는 것도 아닌 것을 앵두나무가 어느 나라 것이라고 우기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앵두'라는 예쁜 이름이 한자어에서 유래된 것 같아서 조금은 서운하다.
어려서 필자의 집 뒤란에도 앵두나무가 한그루 있었고 그 옆에는 살구나무가 두 그루 있었다. 이때쯤 되면 앵두를 따먹고 조금 더 지나면 살구를 따먹고 그랬던 기억이 떠오른다. 앵두로 어머니가 술을 담 드시면 술은 어른들이 마시고 아이들은 앵두술을 따르고 남은 술에 찌든 앵두를 먹고 취해 잠이 들던 추억도 떠오른다.
앵두 몇 알 따서 입에 넣어 추억을 곱씹으며 발아래를 내려다보니 앵두나무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큰 앵두나무 아래 그늘에서 저 작은 앵두나무가 생존할 가능성이 낮아 보여 살포시 주변흙과 뽑아서 집안으로 들고 들어왔다.
종이컵에 앵두나무 묘목을 넣고 마르지 않도록 물을 부어주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내일 적당한 장소를 찾아서 내가 정성껏 심어주고 가꿔주마. 그리고 네가 몇 년을 무탈하게 잘 자라면 앵두를 맺을지 지켜보겠다. 그럴 앞으로의 세월을 나와 연을 맺고 살아가보자꾸나 이름이 이쁜 앵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