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찌질한 행동을 하는 50대 부부, 괜찮다.
장마로 비가 억수로 내리다가 잠깐 빗발이 잦아드는 틈을 노려 담배를 피우러 아파트를 나섰다. 필자는 담배를 피우러 나설 때면 뭐라도 버릴 쓰레기를 들고나가는 버릇을 들였다. 그래야 담배의 백해무익을 하나라도 상쇄해 보려는 노력인 것이다.
오늘도 페트병 하나를 들고나가 재활용장에 버리고 돌아서는데 종이류를 수집하는 수집통에 담뱃갑이 여러 개 보였다. 참나! 그렇게 먹고살기 힘든 형편도 아닌데, 흡연자들의 습관적인 행동인 빈 담뱃갑 흔들기에 나서볼까 잠깐 망설이는 필자 자신이 한심하다.
흔들어 보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참아 넘기고 재활용장을 나서는 필자의 발아래 누런색 빛나는 물체가 보인다. 순간 10원짜리 동전처럼 보여 허리를 굽혀 살펴보니 그냥 반짝거리는 금박장식이었다.
10원짜리 동전을 요즘 누가 쳐다나 본다고 동물적인 본능으로 허리 굽혀 관심을 보인 필자 자신이 찌질해 보였다. 그러나 어쩌랴! 필자와 같은 세대가 살아온 그리 풍족하지 않은 시대의 흔적이 몸에 밴 것을. 가끔씩 재활용장에서 쓸만한 것을 주워오며 아이들로부터 핀잔을 듣는 것도 일상인 것을.
전기세 얼마나 된다고 틈만 나면 전기 스위치 꺼대는 집사람에게 애정 어린 핀잔을 주는 필자 자신이 투영되는 모습이다. 나이 오십이 넘어 예순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 부부의 이런 모습이 아이들에게 금 당장은 절약의 본보기가 되기는 글렀지만 아마도 세월이 지나면 아이들도 우리 부부와 같은 행동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다 커서 지들끼리 모여 우리 부부를 추억할 때, 이런 사소한 일들이 우리를 기억하는 소소한 소재가 될 수도 있으니, 이런 찌질한 행동들 괘념치 말고 너무 과하지 않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 대한민국 50대 부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