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정겹다.
2023년 5월 5일, 어린이날이다. 이제 어린이날이라고 놀이공원 놀러 가자고 보채는 아이들도 없다. 귀찮은 것도 없는 그저 달력에 빨간색 선명한 꽁으로 얻은 것 같은, 덤으로 얻은 공휴일이다.
이런 날 늦잠을 자고 담배 한 대 피우러 나왔는데 비가 내린다. 본격적으로 농번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내리는 봄비다. 그동안 가물은 농경지에는 정말로 고맙고 감사한 자연의 선물일 게다. 그러나, 필자와 같은 끽연자들에게는 조금 불편한 날이다.
그러나 비를 피해 담배 피울 곳 찾아 헤매는 정도의 불편은 가뿐히 감내할만하다. 우산을 들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밑을 찾아 헤매다 적당한 장소을 찾았다.
강우량이 적지 않아 처마 밑에서 담배를 피우며 바라보는 비 오는 풍경과 빗물 떨어지는 소리는 정말로 정겹다. 후드득 툭툭, 툭 툭 툭 후두득...
빗물받이를 통해 내려와 생긴 물줄기가 모였다 흘러가는 작은 웅덩이에는 꽃가루가 빗물에 씻겨와 모여들었다. 아마도 소나무 꽃가루인 송홧가루 같아 보였다. 저 작은 꽃가루들이 모여 사람의 눈에 띄는 정도의 양이 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나무에서 날아온 것일까?
저 꽃가루가 원하는 원래의 목적지는 어느 나무의 암술이었을 텐데. 저들의 애초 목적은 이뤄지기가 글렀다. 저렇게 빗물에 쓸려 개울을 지나 강을 건너 넓은 바다로 흘러갈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사람의 삶도 이와 비슷하리라. 삶의 목표를 잡고 살아가지만 목적지는 점점 멀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이니 말이다. 그래도 사람에게 자발적 이동수단인 두 발이 있고 목표를 수정할 수 있는 머리가 있어 다행이다. 이제는 어린 시절 꿈이 뭐였는지도 희미해져 초심을 유지하려 해도 초심조차 헷갈리는 나이, 그래도 살아온 인생경험이 있으니, 허투루 세상에 휘둘리지 말고 지금 이 시간 다짐한 일들을 이루는 경우가 많아지도록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