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가게 & 구두수선 & 금이빨 등등
어제 서울 송파구 장지동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가서 농업경영체를 신청했다. 그러데 집사람 도장을 빠뜨리고 오는 바람에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품질관리원 입구 바로 좌측에 도장가게가 있었으니 말이다.
도장가게에 가니,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필자를 반겨주셨다. 도장을 파는 데는 불과 10분도 안 걸렸다. 구형 노트북에 연결된 도장 파는 기계로 주르륵 스르륵 하니 금세 목도장이 완성돼 나왔다.
도장을 파러 온 김에 구두도 수선을 맡겨 보았다. 닳은 구두 뒤축을 갈고닦아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어르신이 도장을 새기고 구두를 수선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자그마한 컨테이너 형태의 도장&구두수선가게 내부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구두를 맡겼으니 슬리퍼를 신고 간이의자에 앉아 가게 안을 둘러보니 정말로 오래된 아날로그 라디오겸용 텔레비전이 눈에 들어왔다. 디지털 전환이 된 지도 기억이 아득할 만큼 오래되었으니 테레비로는 못쓰고 라디오로만 사용하는데,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가 정겹고 여전히 들을 만했다.
구두 뒤축을 가는 어르신의 손길은 민완하고 접착을 위해 발라지는 본드냄새도 그리 역하지 않다. 주변을 더 둘러보니 복사를 위한 열쇠와 신발깔창 등이 보였다. 그러다 큼지막하게 쓰여있는 글자. 뭔고 하니 '금이빨 삽니다'
또 궁금증이 도저, 금이빨은 얼마에 매집하시냐고 여쭤보니 대략 어금니 기준으로 하면 5만 원 정도 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이 쳐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도장도 파고 금이빨도 사고 구두도 수선하며 닦고 열쇠도 복사하고 등등 어르신의 사업분야가 다양하다. 그래 저 정도는 해야 먹고살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 나는 뭘 할 줄 아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지금 먹고사는 기술을 떠나 자잘하게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파이프 라인을 여러 개 마련해야겠다는 결심이 굳어진다. 우선 지금 필자가 쓰고 있는이 블로그 글줄도 튼실한 퇴직 후 자잘한 하나의 파이프라인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