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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올라가는 길에 만난 쓰러져가는 소나무를 보다가...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3. 5. 22.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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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남산을 자주 올라 다닌다. 엊그제도 동국대학교 입구에서 리틀야구장을 끼고 오르는 등산로를 이용해서 남산을 올랐다. 자주 다니는 길이지만 계절의 변화에 따라 유심히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다 보면 그날그날이 항상 다른 그날의 마음을 이끌어 낸다.
 

동대입구에서 출발해서 남산으로 오른는 등산로에 굽은 소나무가 있다.
남산 소나무

 
계단을 천천히 오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계단 숫자를 세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데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이렇게 오르며 주위를 둘러보니 올라가는 방향에서 좌측에 쓰러져가는 소나무 한그루 보인다. 그리 오래된 나무는 아닌 듯한데 바람이 세차게 부는 어느 날 기울어진 모양이다.

 


 

이 소나무를 살려보겠다고 지지대로 받쳐놓았는데 모습이 애처롭다. 이런 모습을 보면, 나무를 살리려는 노력에 동참하는 마음이 일어야 하는데 필자는 참 삐딱한 생각이 앞선다.

 

 
"저렇게까지 소나무를 살려내야 하나? 남산의 소나무는 꼭 살려내야 하는 국가적 의무감이라도 있나?" 이런 비딱한 생각말이다. 필자는 쓰러져가는 나무도 그 나무대로의 운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본시 나무는 바람에도 쓰러지고 몹쓸 병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면 그대로 나무의 운명을 맞이하게 내버려 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죽은 나무자리에 새로운 생명들이 살아날 기회가 생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필자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억지로 정년연장을 해버린다면 새로이 사회에 진입해야 할 청년들에게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 같다. 생명을 다해가는 것들을 소중히 살려내는 것도 좋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고민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래. 곧 다가올 정년을 오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때가 되면 자리를 비우는 것이 자연의 섭리일 테니 말이다. 그렇게 자연의 섭리에 따라 후배들에게 높은 진입장벽이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고분군투하며 잘 살아가려는 대한민국 50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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