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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 된장 항아리를 바라보다가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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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잘 익어라 잘 익어,

네가 잘 익어야

우리 둘째 아들 밥 잘 먹는다.

우리 둘째 쉰 넘더니,

늘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네.

 

 

언제부턴가 이 늙은 어미 입에서도

네 전화받으면,

사랑한다는 말이 쉽게 나오네.

팔십 다 되도록 잊고 살던 그 말,

이제 큰아들, 막내딸,

며느리에게도 쉽게 한다네.

어머니 정성의 터전 장독대

 

 

잘 익어라 잘 익어.

우리 둘째 잘 먹고 행복하게,

두부 한 모, 파 마늘, 호박 반 개

썰어 넣으면 그뿐,

다 네 덕인걸 안단다.

세월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는다.

세월만 간다고 그냥 되는 게 아닌 걸.

 

 

해님 달님 애써 번 갈고

좋은 마음으로 닦아 줘야

잘 익는 그 뻔한 이치 알면서도
사랑해라는 해님 달님 좋은 마음 소리

밖으로 내는데 한참 걸렸네.

 

 

사랑한다는 말 늘 오고 가야

삶이 잘 익어 간다는 걸

이제야 알고 사네.

잘 익어라 잘 익어 내 새끼들 사랑하게.

 

 

얼마 전 나는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하러 갔다가 덩그러니 버려진 항아리 뚜껑을 하나 보았네. 그런데 그놈이 눈에 밟혀 눈길을 주다가 들고 들어와 잘 닦아서 이걸로 뭘 해볼까 하다 거실 한 구석에 던져놓았다네. 그날 근무가 야근이라 새벽시간까지 근무를 하는데 문득 낮에 주워온 항아리 뚜껑이 생각나면서 엄마가 생각나고 된장이 떠오르면서 된장이라는 이 시를 적게 되었다네.

 

 

이 어쭙잖은 시를 적어 놓고 엄마 생각에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네. 나이 오십 넘어가면서 엄마가 더욱 그립고 애잔하게 항상 보고 싶고 그렇다네. 눈물이 나면 자연스럽게 눈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나 자신이 이제는 대견스럽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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