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잘 익어라 잘 익어,
네가 잘 익어야
우리 둘째 아들 밥 잘 먹는다.
우리 둘째 쉰 넘더니,
늘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네.
언제부턴가 이 늙은 어미 입에서도
네 전화받으면,
사랑한다는 말이 쉽게 나오네.
팔십 다 되도록 잊고 살던 그 말,
이제 큰아들, 막내딸,
며느리에게도 쉽게 한다네.
잘 익어라 잘 익어.
우리 둘째 잘 먹고 행복하게,
두부 한 모, 파 마늘, 호박 반 개
썰어 넣으면 그뿐,
다 네 덕인걸 안단다.
세월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는다.
세월만 간다고 그냥 되는 게 아닌 걸.
해님 달님 애써 번 갈고
좋은 마음으로 닦아 줘야
잘 익는 그 뻔한 이치 알면서도
사랑해라는 해님 달님 좋은 마음 소리
밖으로 내는데 한참 걸렸네.
사랑한다는 말 늘 오고 가야
삶이 잘 익어 간다는 걸
이제야 알고 사네.
잘 익어라 잘 익어 내 새끼들 사랑하게.
얼마 전 나는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하러 갔다가 덩그러니 버려진 항아리 뚜껑을 하나 보았네. 그런데 그놈이 눈에 밟혀 눈길을 주다가 들고 들어와 잘 닦아서 이걸로 뭘 해볼까 하다 거실 한 구석에 던져놓았다네. 그날 근무가 야근이라 새벽시간까지 근무를 하는데 문득 낮에 주워온 항아리 뚜껑이 생각나면서 엄마가 생각나고 된장이 떠오르면서 된장이라는 이 시를 적게 되었다네.
이 어쭙잖은 시를 적어 놓고 엄마 생각에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네. 나이 오십 넘어가면서 엄마가 더욱 그립고 애잔하게 항상 보고 싶고 그렇다네. 눈물이 나면 자연스럽게 눈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나 자신이 이제는 대견스럽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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