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차장에 나가보니 길 고양이 한 마리가 필자의 자가용 아래서 햇빛을 피하고 있다. 차체 아래서 웅크리고 고개를 들어 필자를 빤히 쳐다보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저런 모습을 볼 때면 필자는 몇 년 전 겪었던 참 특이한 고양이와의 한 사건이 떠오르곤 한다.
몇 해 전 필자는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광명시 근처 서부간선 도로와 만나는 병목구간을 운전하고 있었다. 차량이 한 곳으로 모이는 곳이라 차들이 길게 늘어서서 정체 중이었다. 정체 중인 필자의 차 앞에 어미 고양이 한 마리와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도로 가운데서 비킬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아무리 정체 중이라도 천천히 차를 앞으로 가야 하는데 고양이들이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다급해진 필자는 고양이를 쫓아버리려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고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려 다가가는 필자를 본 어미 고양이는 달아났으나 새끼 고양이는 필자의 스포티지 엔진룸 쪽으로 뛰어올랐다. 필자의 차 속으로 숨어버린 새끼 고양이를 쫓아버리려 손을 고양이가 숨은 쪽으로 내밀어 휘젓는데 고양이가 그만 필자의 손을 깨물어서 피가 흘렀다.
이런 필자의 사정을 모르는 뒤차들이 경적을 울려댔다. 하는 수 없이 새끼 고양이 쫓아 버리는 일을 포기하고 차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막히는 도로 사정으로 속도를 낼 수는 없었다. 창문을 열고 천천히 운전을 하는데 새끼 고양이가 야옹야옹하고 애처롭게 울어댄다. 새끼 고양이의 안전이 걱정되어 차를 빠르게 몰 수 없어서 비상등을 켜고 천천히 운전해서 사무실 있는 건물의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여전히 차 안쪽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일을 보고 나올 때쯤이면 고양이가 차에서 내려가겠지 하는 생각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일을 보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차량 주변을 살펴보니 이건 웬걸 사무실 근처에 사는 큰길 고양이 두 마리가 새끼 고양이 소리를 듣고 필자의 차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아마도 낯선 큰 고양이들이 무서워서 새끼 고양이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필자는 하는 수 없이 카센터에 가서 하부를 들고 고양이를 꺼내주려고 생각했다.
근처 카센터에 가는 길에도 고양이 울음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카센터에 도착해서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정비사가 필자를 조금 미친놈 아닌가 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드디어 차를 리프트에 올려 들고 전등으로 차량 하부를 살피는데 어라 새끼 고양이가 없다. 허무했다. 그러나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필자를 바라보는 정비사의 표정은 정말 미친놈이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그래도 차량을 들었다 내려놨으니 비용은 얼마를 줘야 되나 주저주저하고 있는데 정비사가 미친놈에 대한 동정인지 그냥 가란다. 그러나 그냥 가면 정말 미친놈인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 만원을 주고 정비소를 떠났다. 세상에 별일 다 있지만 그래도 증거는 남아 있다.
새끼 고양이가 깨문 필자의 상처 난 손가락이다. 혹시 몰라 병원에 들러야 하나 생각하다가 그냥 집으로 와서 소독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필자는 이런 희한한 일들이 종종 겪는다. 보통사람들이 일생에 한번 겪을까 말까 하는 일들이 필자에게 자주 발생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다. 아마도 필자는 무언가 선택받은 운명을 갖고 태어난 행운아가 아닌가 자위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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