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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 남자, 인생시 감상, 주돈섭님의 '할머니 휘파람 소리'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8. 6.

할머니 휘파람 소리

- 주돈섭 지음

할머니 손 잡고 대관령을 넘어
강릉으로 가던 여덟 살 때,
삼복더위에 땀을 흘리던 내게
할머니가 말씀하셨지.

"돈섭아! 더우냐!
"녜! 할머니."
"시원하게 해 주랴?"
"녜! 할머니."

할머니가 휘~ 휘~ 휘파람을 부시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내 땀을 식혀줬다.
"할머니! 어떻게 한 거야?"

지금 나는 그때 할머니보다
훨씬 더 나이를 많이 먹었다.
그런데 아무리 휘파람을 불어도
시원한 바람은커녕
콧바람 한줄기 일으키지 못한다.

- 시집 '어디쯤 오니'(도서출판 소야)
24 페이지


 

주돈섭

1945년 대광령면 횡계1리
오리골에서 태어남.
16세 때 진부로 이사와 진부중,
강릉농고를 졸업하고
1966년 대화면사무소를 시작으로
1977년 진부면 산업계장으로 근무.
1979년 퇴임 후 종묘사를
경영하며 진부 신용협동조합 이사장
진부농협 조합장을 역임했음.
슬하에 2녀를 두었음.
어려서부터 스키를 탔으며,
노르딕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선수를 지냄.


대한민국 50대 남자의 시를 읽는 느낌

필자는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다.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봐도 필자가 5살 되기 전에 모두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무런 기억이 없다. 그나마 필자가 어려서 살던 집 근처에 사시던 친척 할머니 두 분이 기억이 있을 뿐이다. 한분은 당숙댁 작은 할머니셨고, 또 한분은 7촌 아재네 할머니셨다. 두 분 모두 벌써 돌아가신 지가 20년이 넘어가는 것 같다. 어려서 집 앞마당에서 놀다 넘어지면 일으켜주시고, 허리춤 속주머니에서 박하사탕을 꺼내 입에 넣어주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들 생각이 난다. 필자가 대학에 들어갈 때 두 분이 짠 듯이, 한분은 대학 가방을 사주시고 한분은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몇 장을 잘 펴서 새하얀 편지봉투에 넣어 수줍게 바지춤에 찔러 넣어주시던, 눈물 나게 고맙고 고운 분들이셨다. 그분들이 환갑을 맞이하시고 얼마 안 가 돌아가셨으니, 이제 필자가 몇 해 더 살면 필자의 기억 속 할머니들 나이에 이를 것이다. 세월이 무심히 간다. 친할머니는 아니셨지만, 필자의 기억 속에 친할머니 이상으로 자리 잡고 계신 할머니들 뵙고 싶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벌초를 가야 하니, 올해는 예년보다 더 정성껏 할머니들 머무시는 산소 잘 보살피고 와야겠다.


대한민국 50대 남자, 평창 농업기술센터에서 얻어온 시집 '어디쯤 오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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