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냄새
내 이름 '수정', 남편 이름 '두억'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수두차'.
아침 잠 많은 내 코 밑에
들이밀어 깨우던
남편의 향기 수두차.
눈이 뜨면 어김없이
이불 속 찾아들어
젖가슴을 더듬어대던
우리 집안 족보 짐꾼
두 아들 녀석 머리카락 냄새.
그렇게 30여년 변함없던
새 날의 냄새 아침 냄새.
다정했던 수두차 향기는
향불과 함께 스러지고
커버린 아들들 머리카락 냄새도
사라진지 오래인데
여전히 코 끝에
진하게 남아 있는
수두차 향, 머리카락 냄새
새 날의 냄새 아침 냄새.
시집 '어디쯤 오니', 도서출판 소야
40페이지 인용합니다.
박수남
1940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남.
광복 후 월남하여 경찰관이던 부친을
따라 전북 지역에서 자라남.
공비토벌 작전을 하던 부친이 전사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이주하여 생활함.
슬하게 2남을 둠.
2017년 진부로 이사와 마평1리
곡건길에서 큰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음.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
서울YWCA평생회원,
서울YWCA어머니사진클럽 회원.
대한민국 50대 남자의 시를 읽는 느낌
이 시를 읽으며 시인은 참 부부금슬이 좋으셨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30여 년을 같이 사신 부군을 먼저 떠나보내신 지 이미 여러 해 지났지만, 부군의 향기를 여전히 기억하고 계시다고 하니 말이다. 필자도 결혼생활 한지 곧 25주년이 다가온다. 이 시를 읽고 내 집사람의 향기로 기억할 가장 좋은 향기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기억을 뒤적여 찾아보니, 아직도 기억하는 내 여인의 향기가 떠오른다. 그녀와 결혼 전 연애할 때 남이섬으로 건너가는 뱃전에서, 그녀를 앞세우고 뒤서 넘어지지 않도록 설레는 마음으로 허리를 감싸줄 때의 그녀 냄새가 필자에게는 그녀의 가장 좋은 향기였다. 이제 애 셋 낳고 씩씩하고 엄하게 엄마 노릇하느라 조금은 억세진 그녀, 눈치 봐서 뒤에서 허리 살포시 잡고 그녀의 향기를 음미해 봐야겠다. 이제는 예전의 그 향기가 아니라, 지금의 냄새를 앞으로 30년 정도는 가장 좋은 향기로 각인시키기로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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