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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 남자, 쌀 벌레 가득한 쌀을 버리다가 드는 생각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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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건강을 위해서 흰쌀과 섞어 먹으려고 현미 한 포대를 사었다. 현미와 흰쌀을 반반 섞어서 밥을 지어먹기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나자, 막내 놈이 밥 맞이 없다고 투정을 부렸다. 하는 수 없이 흰쌀로만 밥을 해 먹으며 현미 섞어놓은 쌀통은 방치되었다.

 

흰쌀에 쌀벌레가 기어다니다.
쌀 벌레

 

홈키파 정말 강력하다

지난주 우연히 쌀통 근처를 살펴보니, 쌀벌레가 엄청 많이 생겨 있었다. 급기야 쌀벌레들이 쌀통을 탈출해서 집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홈키파로 뿌려보니 바로바로 죽는다.

 

 

홈키파의 독성이 이렇게 강한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쌀통을 탈출한 놈들만 제거하다가, 어느 날 쌀통 안을 들여다보니 정말 쌀벌레 천지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홈키파를 쌀통 안에 뿌려대니 정말로 죽은 쌀벌레가 쌀통 안은 온통 뒤덮고도 남는 정도가 되었다.

 

 

이 정도로 쌀벌레 제거 작업을 마무리하고 저걸 어떻게 처리하나 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어제 일요일이라 마음먹고 쌀통 청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쌀통 안의 쌀을 다 꺼내보니 쌀의 양이 20kg은 족히 되어 보였다.

 

 

지난번에 뿌려놓은 홈키파로 쌀벌레들이 다 죽었을 줄 알았는데, 쌀 무더기 속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쌀벌레들은 지난번 보다 더 늘어 있었다. 또 한 번 꺼내놓은 쌀을 향해 홈키파를 뿌려대니, 그야말로 학살극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도 탈출한 놈들은 집안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어렵사리 살아있는 쌀벌레를 거의 제거하고 나니 숙제가 남았다. 홈키파를 듬뿍 뿌려댄 쌀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테스트해 볼 요량으로 3인분 정도의 홈키파 뒤집어쓴 쌀을 물에 담가놓았다가 밥을 해보았는데, 여전히 홈키파 냄새가 배어있다.

 

 

부모님 세대에 감사드린다.

하는 수 없이 20kg이나 되는 쌀을 버려야 하는데 고민이다. 시골서 농사짓는 아들로 태어나 농사지은 곡식을 버리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생기는 필자는 고민이 깊었다. 이걸 어쩌나.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하는 수없이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렸다. 아마 필자의 부모님이 이 광경을 보셨다면 정말 크게 꾸중을 하셨을 것이다.

 

 

여전히 시골에 살았다면 쌀벌레 생기면 햇볕 좋은 날 마당에 펼쳐놓고 말리면 쌀벌레들이 도망가는데 도심의 아파트에 살면서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어찌 됐든 쌀벌레 때문에 쌀 20kg을 버리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쌀 20kg 정도는 버려도 생계에 큰 어려움이 닥치지 않는 세상에 살게 해 주신 부모님 세대와 지금의 대한민국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 이참에 작은 결심 하나 하게 된다.

 

 

부모님들이 쌀 20kg 정도 버려도 어려움 없는 나라 물려주셨으니, 내 자식들은 쌀 1톤 정도 버려도 어려움 없는 세상으로 물려주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물론 쌀을 버려도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세상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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