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걸어가면서도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일상이다. 나이가 50을 넘어서서 이런 행동을 하다 보니 집에서 아이들이 스마트폰 끼고 사는 것을 나무랄 수 있는 권위가 사라졌다. 필자 자신조차 스마트폰 빠져 사는 인생이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외출을 위해 현관을 나서면서부터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는 습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지하 주차장에서 만난 사슴
그러나 하늘 보고 걷는 날보다 핸드폰 보느라 숙여진 두 눈에 부수적으로 원하지 않게 바닥에 있는 형상들을 보게 되는 일들이 잦아졌다. 며칠 전에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하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바닥에서 사슴 한 마리를 보았다. 진짜 사슴이 아니라 주차장 바닥에 어디선가 떨어진 물이 만들어낸 형상이 필자의 눈에는 꼭 사슴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그 사슴은 누군가가 불러서 고개를 뒤로 젖힌 모습이다. 상상해 본다. 사슴이 한가로이 들판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친구가 다정한 목소리로 불러 반가움에 뒤를 돌아보는 모습이거나, 사랑하는 연인 사슴이 불러 사랑스럽게 뒤를 돌아보는 모습 같았다. 물론 이 사슴이 암컷인지 수컷인지는 필자로서는 판별할 수가 없으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아래 사진을 보시고 각자 상상해 보시길 바란다.
개와 고양이
오늘은 출근해서 담배 한 대 피우려 사무실을 나와 사람들의 오고 감이 거의 없는 후미진 공간을 찾았다. 담배를 피우기 위한 최초 동작은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것이다. 고개를 살짝 45도 각도로 젖히고, 사선 방향으로 고개를 숙이고 라이터 불이 꺼지지 않게 하게 위해, 한 손으로는 라이터를 켜고 다른 한 손으로는 라이터 불의 윗부분을 둥글게 감싼다.
이 동작 역시 시선이 살짝 바닥을 보게 되는 동작이다. 필자의 이런 바닥을 슬쩍 보는 시선에 개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가 싸우는 형상이 포착되었다. 바닥에 해놓은 콘크리트 포장 작업이 오래되어 떨어져 나갔는데, 콘크리트 포장의 남은 모습이 흡사 개와 고양이가 고깃덩이를 두고 싸우는 모습이었다. 필자는 이 모습을 보고 이솝우화에서 외나무다리에 고깃덩이를 입에 물고, 개울물에 비친 고깃덩어리를 물고 있는 저자 신고 싸우다 고깃덩어리를 물에 빠뜨리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치매 예방되겠네
나이 오십이 넘으니 하늘을 보면 흘러가는 구름에서 무언가 보이고, 땅을 보면 또 다른 뭔가가 보이는 희한한 일들이 생긴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지만, 이런 걸 엮어 글을 적어보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이제 치매 같은 노인성 질환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둬야 하니 일상에선 만나는 소소함을 적어보고 되새김질하는 것도 치매 여방에 좋은 습관일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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