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목동에 위치한 치과에 치료를 받으러 간 적이 있었다. 치과 건물 뒤편에 마련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건물로 들어서려는데, 건물 관리인 어르신의 이상한 행동이 보였다. 필자의 고질병인 궁금증이 도져서 어르신께 땡볕에서 뭘 하고 계시냐고 여쭤보았다. 그런데 답변이 희한하다. "비둘기와의 전쟁 중"이라고 하신다.
비둘기와의 전쟁이라
어르신의 하소연을 들어보니 내용은 이렇다. 치과 건물이 5층인데 건물 4층 발코니에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된 공간이 있었다. 그런데 이 비좁은 공간에 비둘기가 산란철이면 집을 짓고 살면서, 발생시키는 온갖 지저분한 것들 때문에 민원이 들어와서 비둘기를 쫓고 계신다는 것이다.
이 영악한 비둘기를 쫓으려 갖은 방법을 생각다가 어르신께서 고안해 내신 방법은 이렇다. 일단 옥상 난간에 밧줄을 묶고 4층 비둘기가 집을 짓는 장소인 4층 높이에 물을 채운 물병을 매달고 그 밧줄을 건물 아래까지 늘어뜨려 놓는다. 그리고 비둘기가 4층 비둘기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밧줄을 흔들어 댄다.
그러면 밧줄에 달린 물병이 4층 비둘기집 주변을 위협하게 되는 원리였다. 그런데 비둘기란 놈이 워낙 영악해서 비둘기집 반대편 건물 옥상 난간에서 건물 관리인 어르신의 동태를 살피다가 어르신이 자리를 비우면 또다시 비둘기집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어르신께서는 비둘기 산란철인 5월 중 2주 정도는 이렇게 비둘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계신 것이었다. 어르신의 말씀으로는 벌써 몇 년째 이렇게 비둘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계신다고 하셨다.
물 채운 페트병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용지물
필자도 근무하는 건물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 비둘기들이 날아들어 집을 짓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저런 장치를 해둔 것을 보았다. 필자의 건물에서 비둘기를 쫓는 방법은 두 가지다.
그중 하나는 비둘기가 집을 짓지 못하도록 에어컨 실외기를 아예 그물망으로 씌워놓은 것이고 또 다른 방법은 페트병의 상표를 제거하고 물을 가득 채워 비둘기가 오는 자리에 얹어놓은 것이다. 그중 신기한 방법은 페트병에 물을 채워놓는 방법인데 원리는 비둘기가 날아와서 물을 채운 페트병을 보면 페트병이 볼록 렌즈 역할을 해서, 비둘기가 자신이 비친 모습이 자기보다 훨씬 커다란 비둘기가 있다고 착각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얼마 안 가 이런 인간의 얕은수를 파악한 영리한 비둘기에게 무장해제당한다고 한다.
이 방법은 시골 음식점이나 전통시장에 가면 파리를 쫓기 위해 투명 비닐장갑에 물을 채워 매달아 놓은 원리와 같다고 한다. 아마도 파리보다는 비둘기 지능이 확실히 높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 오늘 담배를 피우러 건물밖에 나갔다가 비둘기 쫓던 어르신이 생각나서, 필자가 근무하는 건물에 설치된 비둘기 쫓는 장치의 사진을 찍어놓고 이렇게 몇 자 적어본다. 부디 내년에는 비둘기가 다른 건물로 이사 가서 치과 건물 관리인 어르신의 수고를 덜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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