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J

대한민국 50대 남자, 깨 떡, 그 속에 담겨진 생명과 정성의 무한함이여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6. 16.
반응형

어제 오랜만에 같은 취미를 갖는 분들과의 조촐한 모임이 있었다. 남자넷 여자 한분, 남자넷은 학생이었고, 여자분은 남자들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이셨다. 취미로 하는 것이지만 필자를 제외한 모든 분들의 수준은 인품이나 실력이 프로의 경지에 오르신 분들이라 만나 뵐 때마다 참 많은 것을 얻어오는 어머니 계신 시골집을 다녀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화선지 위에 깨떡이라는 글을 캘리그라피로 적은 위에 깨떡 한 접시가 올려져 있다.
깨떡과 캘리그라피

 

긴 가뭄에 단비

어제 모임 장소는 아차산역 근처였다. 아차산역에 도착해 밖으로 나오다 보니 지하철 상가에 꽃집이 있다. 안 그래도 오랜만에 뵙는 선생님께 뭐라도 들고 가야지 생각했는데, 바로 꽃집이 있어 다행이었다. 전시해 놓은 꽃다발 중에 가장 싱싱하고 이뻐 보이는 것으로 하나 사서 지하철역을 나오니, 긴 가뭄에 단비가 내린다.

 

 

 

반가운 마음에 빗방울을 맞으며 양 손바닥으로 빗방울의 낙하속도를 느껴본다. 정말 상쾌한 기분이다. 그러나 다 큰 놈이 비 맞고 서있으면 미친놈 취급을 받을 수 있으니 아쉬움을 뒤로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반가움, 그리고 소고기, 쏘맥, 빨간 소주 섞어

식당에 도착하니 두 분이 먼저 와계시고 연이어 필자 포함 둘이 도착해서 남자넷은 구성이 되었다. 이제 여자 선생님만 오시면 되는데 필자가 가져온 꽃은 선생님 오시면 짜잔~ 하고 드리기로 다른 테이블 의자에 숨겨놓는다. 드디어 선생님이 도착하시는데 연세가 있으신 선생님 두 손이 가득하다. 빗길에 힘들게 무슨 물건을 많이 가져오셨나 했더니 남자 네 명에게 줄 깨 떡을 손수 하시어 네 개의 개별포장으로 담아 오셨다.

 


 

 

간만의 만남이라 소고기와 쏘맥, 빨간 소주를 곁들여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떠들어대는 근황 음주 올림픽을 열었다. 술잔이 여러 번 돌자 얼큰하게 취해 식당 건너편에 커다란 간판으로 우리들을 유혹하는 노래방으로 가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코로나19로 근 3년 만에 가보는 노래방이어서 마이크 들기가 조금은 낯설었지만 술기운에 금방 분위기는 뜨거워져, 이분 저분 번갈아 노래를 하고 가장 어린 필자는 탬버린으로 박자를 맞추며 엉거 주춤 말도 안 되는 춤을 춰댔다.

 

 

 

이런 맛에 노래방에 가는 것이 창피함을 잊을 수 있는 공간, 노래방은 어떤 면에서는 요술을 부리는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만 원짜리 모니터에 붙여가며 재미 삼아 점수 내기도 하고, 그렇게 즐기다 보니 시간이 다되어 노래방 사장님의 센스 있는 추가시간을 다 소진하고 나와 다음을 기약하는 인사를 나누고 귀가를 했다.

 


 

 

깨 떡, 먹어본 다음에야 만든 이의 마음을 안다

아침에 일어나 지난밤 과음의 숙취해소를 위해 집사람에게 콩나물 해장국을 부탁해서 먹으려고 하는데, 어제 선생님이 싸주신 깨 떡이 밥상 위에 올라왔다. 까만색 깨를 묻혀 한입에 쏙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만든 깨 떡 정말 맛있었다. 그래도 이른 아침 먹는 떡이니 목이 메는데, 목이 메는 이유가 진짜 목이 메는 건지,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떡이 생각나 목이 메는 건지 잠시 울컥했다. 깨 떡은 정말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다.

 


 

 

일단 깨 농사짓기도 어렵지만 깨를 수확해서 떠는 일도 만만치 않다. 작은 알갱이 알갱이에 이물질을 골라내는 작업은 수양의 과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떡 만드는 일은 또 어떠한가? 하얀 찹쌀을 곱게 빻아 시루에 올려 쪄서, 찰진 식감을 위해 여러 번 뒤집고 누르고 때려 예쁜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그 위에 깨를 뿌리고 묻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니 떡 하나에 들어가는 깨와 찹쌀을 만드는 1년의 시간과 그걸 어르고 마지는 시간과 정성은 무한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찹쌀 한 알갱이, 깨 한 알갱이가 하나의 생명이니, 떡 하나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생명이 들어있을까? 그러니 떡 하나 들어 입에 넣으며 울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깨 떡, 그거를 먹어본 다음에야 거기에 들어간 마음을 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