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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 남자, 각 티슈(?).. 갑 티슈... 기술 발달이 주는 아쉬움

by 대한민국 50대 남자 2022. 4. 9.

갑 티슈가 표준어란다

우린 가정에서 화장지를 많이 쓴다. 집에서 쓰는 화장지는 화장실에서 쓰는 롤 형태로 감아져 있는 화장지와 사각형의 갑에 차곡차곡 접혀 들어간 갑 티슈가 있다. 각 티슈가 아닌 갑 티슈로 쓰는 것이 그나마 맞는 표현이라는 것을 이 글을 쓰기 전에 검색으로 알았다. 정확한 표준어로는 그냥 화장지로 쓰는 게 맞는 표현이라고 한다. 아무튼 표준말은 어렵다.. 표준으로 산다는 것도 어렵다.



결혼 만 28주년 동안의 생존 기술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우리 집도 각각의 방과 화장실마다 화장지가 있다. 거실에는 주방과 맞닿는 식탁 부근에 갑 티슈가 있다. 매 식사마다 꼭 한 장씩은 쓸 일이 있어 식탁 옆에 두고 쓴다. 우리 부부는 이제 30년의 결혼생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해라도 깎으려는 우리 아내님은 아직 28주년도 안됐다고 눈을 흘기겠지만.. 28년이나 29년이나... 아무튼 오랜 시간을 같이 살아온 우리는 사실 말없이도 대충의 의사소통이 된다. 그중에 하나가 밥을 먹다 우리 아내님이 손을 내 쪽으로 자연스럽게 뻗는 것이다. 절대 그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 뺨을 맞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훈련이 안됐냐고.. 농담(?)이다.. 아내님이 손을 내 쪽으로 내밀면 나는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갑 티슈 한 장을 아내님의 손에 고이 얹어 준다.


바닥까지 짜내는 기술, 남김이 그립다

갑 티슈가 중요한 물건은 아니라서 얼마나 남아있나 항상 체크를 하지 않기에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마련이다. 눈에 티슈가 보이지 않더라도 그럴 때 갑 속으로 손을 넣어보면 어김없이 몇 장 있어 급하게 사용하고 천천히 채워 놓으면 된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패턴이었으나, 최근 갑 티슈를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바닥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기술이 그만큼 발달했나? 우리가 사용하는 브랜드가 바뀌었나? 어쨌든 나는 식사 중에 갑 티슈를 가지러 팬트리(수납 선반)로 뛰어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기술발전이 앗아간 소소한 즐거움

갑 티슈의 화장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끊김 없이 다 나오는 것이 정상이지만 왠지 아쉬움이 생긴다. 오랜만에 봄옷을 꺼내 입었을 때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7천 원이 너무 반가워 반나절 정도 행복해 할 수 있는 (과거의 나에게 고마워지는 순간이다) 이런 뜻하지 않게 얻었던 소소한 행운을 이젠 느낄 수 없다는 아쉬움.... 이런 행운(?)은 지금은 기술이 발달해서인지 점점 줄어든다. 용기 내에 내용물이 남김없이 알뜰히 짜내는 것이 기술인 시대고 그런 것을 소비자들도 선호한다. 작은 변수에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는 게 아쉽다... 오늘도 식사 중 티슈를 가지러 가면서... 불현듯 생각해본다. 
오늘도 우리 가족은 화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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